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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기준, 실적보다 실력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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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한맥기술은 직원 270명에 연간 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 엔지니어링업체다. 토목 설계부터 감리, 환경·교통·도시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다. 사업을 따내야 일거리가 생기는 용역업체라 늘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지만 항상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중소기업이 대형 업체의 사업 실적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이 회사는 대형 업체들을 제치고 ‘홍천군소하천정비 종합계획 환경영향평가 용역(예산 7억6,300만원)’을 따냈다. 조달청의 실적평가 방법이 바뀐 덕분이다. 한맥기술 유승렬 이사는 “보통 실적 평가에서 12점이나 13.5점 정도를 받았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만점(15점)을 받았다”며 “이 점수가 사업을 따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설계 분야 실적 평가는 10년(건축 제외 기타 설계는 5년)간의 사업 실적을 상대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의 실적을 수·우·미·양·가로 나눠 수는 15점, 우는 13.5점, 미는 12점을 주는 방식이다. 사업 규모가 크고 실적이 많은 대형 업체의 경우 무리 없이 수나 우 등급을 받지만 한맥기술과 같은 중소업체들은 아무래도 실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입찰에서 1.5~3점 정도는 매우 큰 차이다.

 

3상반기 물품·서비스 구매 80.2퍼센트 중소기업서 조달

지나치게 대형 업체에 유리한 규정이라는 지적에 조달청은 개선에 나섰다. 평가 방식을 발주규모 대비 연간 100퍼센트 이상의 실적만 보유하면 만점을 주는 절대평가로 바꾸고, 실적 인정 기간도 5년으로 하향 조정했다. 5년간 500퍼센트의 실적만 갖추면 된다는 얘기다.

조달청 기술심사과 조재구 사무관은 “회사가 크든 작든 회사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으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라며 “방식이 바뀌면서 중소기업의 입찰 경쟁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예전에는 부족한 실적 점수를 메우려고 대형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중소기업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조달청은 전체 물품·서비스 구매의 80.2퍼센트(전년 동기 77.8퍼센트)인 9조5,691억원을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했다. 올해부터 조달청이 사회적배려 대상 기업의 수주기회 보장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중소기업과 여성기업, 사회적 기업 등이 경제 부흥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중소·벤처기업의 신기술 제품을 우수조달 물품으로 선정해 우선 구매하고, 소기업·소상공인, 장애인 고용 우수사업주에게 적격 심사 때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또 중소 건설업체 수주 영역인 2등급 이하 공사에서 상위등급 업체 지분(평균 32.8퍼센트)을 20퍼센트(1등급 업체는 10퍼센트) 이내로 제한한다. 여성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공사의 범위는 확대했다. 가점제 대상 공사를 10억원 미만에서 5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여성기업이 30퍼센트 이상 참여할 경우 가점(1점)을 주는 등 여성기업의 공사 입찰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내용이다.

 

유망기업 선정해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조달 분야 인증 평가제도도 바꿨다. 중소기업들이 하나라도 더 많은 인증을 받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인증은 기업의 기술력, 제품의 품질 등을 전문기관이 확인해주는 것이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반영해 조달청은 20여 개 인증 중 1~2개만 받으면 입찰·계약 관련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중소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76개의 유망 기업을 선정해 외국 바이어와의 상담기회 제공, 국가별 진출 컨설팅 등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성과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물품·서비스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여성기업 등 사회적배려대상 기업의 수주가 크게 늘었다. 조달청은 중소 건설업체의 수주가 연간 2,500억원가량, 여성 건설업체의 수주가 연간 113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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