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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심한 복통을 느껴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은 김순영(가명·50)씨는 CT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해봤지만 충수염(맹장염)인지 단순한 장염 증세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며칠 경과를 두고 봐야 하는데 비어 있는 병실도 없어 김씨는 응급실에서 며칠을 더 버텨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북대병원 의료진은 김씨에게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이용해 보라고 권유했다.
경북대병원과 연계된 2차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권유대로 응급실을 나와 2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충수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틀 뒤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만약 응급실에 계속 있었다면 24시간 불이 켜진 곳에서 응급 환자들 사이에 끼어 편히 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대도시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은 24시간 내내 환자들로 북적댄다.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경우 응급실의 과밀화 지수가 각각 1.8과 2.2(1.0이 정상)로 나타나 전국 병원 중 과밀화지수 4위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대구시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경북대병원이나 계명대 동산의료원을 찾은 응급환자가 치료받은 후 응급의료 네트워크 협력병원 중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2차병원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급성 중증 치료를 받은 후 안정되었거나 너무 오래 응급실에 체류한 환자, 장기간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단순히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검사 결과를 보내고 환자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등 치료의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각 병원에 응급의료 네트워크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했다.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대구세이프넷’이라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산시스템을 설치하고 코디네이터 등 관련인력을 고용하는 예산은 대구시에서 지원했다.
응급의료 네트워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경북대병원 류현욱 교수(응급의학과)는 “응급실에서 환자가 정체되면 의료진이 제공하는 진료 수준도 저하돼 환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증 응급환자에게 치료를 집중하는 것이 대형병원 응급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정체된 경증 환자를 돌보느라 치료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고 과밀화 문제를 지적했다.
환자를 협력병원으로 옮기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에는 응급의료 네트워크 이용이 53건에 불과했는데, 지난 7월에는 191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시행 초반에는 환자들의 불만이 예상됐지만 2차 의료기관으로 옮기면 환자도 쾌적한 병실에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환자 만족도 높아… 75퍼센트 “다시 이용하겠다”
지난 6월 협력병원으로 옮겨간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111명의 환자 중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재이용하겠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75퍼센트나 됐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도 72퍼센트의 환자가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경북대·계명대 등 대구의 두 중심 병원에 응급실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응급 병상당 환자 용적(병상당 환자 수)은 1.56에서 1.48로 줄어들어 네트워크 구축 이후 환자 과밀화 현상이 완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중심병원 2곳, 협력 2차병원 30여 곳이 응급의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2차연도 사업에는 5개의 중심병원이 더 참여하게 되며 협력 2차병원도 더 모집할 계획이다. 참여를 원하는 협력병원은 전문진료 과목과 실적, 의료진 현황과 수용 가능한 환자 수 등을 평가해 협력병원으로 추가 지정된다.
글·박미소 기자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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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