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경기 안산 반월산업단지에서 발광다이오드(LED)를 제조하는 서울반도체는 지난 2006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원을 사이에 두고 있는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와의 연결 도로(직선 거리 180미터)를 조성하려다 지자체 규정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회사는 연결 도로가 지나갈 땅의 80퍼센트 이상이 회사 소유여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여겼지만, 공원에 통로를 내려면 지자체로부터 공원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공익 목적 외에는 그나마도 불가능하다는 일선 지자체의 해석이 나왔다.
이 회사는 지역 상공회의소와 관련 정부부처 등을 통해 가능한 방법을 찾았지만,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8년이 흐른 지난해 9월 이 회사는 국무총리 산하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의 도움으로 통로를 반지하로 짓고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공익 목적에 부합하도록 한 조치였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 점검회의’에 참석해 “물량이 증가하면서 생산효율 저하로 원가 부담이 가중돼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했었다”며 “이동통로 조성으로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품질 수준도 높아져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에 기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입지 규제는 일명 덩어리 규제로 불린다. 여러 부처가 얽힌 복합 규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덩어리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행령·시행규칙을 바꾸거나 부처 간 협의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규제=권한’이라는 인식과 부처간 힘겨루기로 인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먼저 나선 부처는 별로 없었다.

“개발 전후 시세차익 50퍼센트 부담은 너무 과중”
대표적으로 공개된 것이 이번 규제개혁 회의에서 나온 여수산업단지 문제다. 여천NCC와 한화·대림·금호피앤비·케이피엑스라이프사이언스 등 5개 기업은 공장 증설을 위해 녹지규제 완화를 정부에 수차례 요청했다. 지지부진하던 실마리는 지난해 7월 열린 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왔다. 산단 내 녹지를 해제해 공장을 짓도록 하는 대신 인근에 대체 녹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기로 한 것. 여천NCC는 회사 땅인 13만5천평방미터를 공장 용지로 바꾸는 개발계획을 전남도에 신청해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녹지를 공장 용지로 허가해 주는 조건으로 토지 조성비(150억~2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각종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법률 조항이 공장 증설의 발목을 잡았다. 인허가 과정에서 물어야 할 각종 부담금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 20일 열린 규제개혁 회의에서 박종국 여천NCC 대표가 “개발 과정에서 부담하는 공사금에다 개발 전후 시세차익의 50퍼센트 국가 귀속은 개발회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건의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 여수산업단지 내 이들 5개 기업은 600억원의 개발부담금 때문에 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공장증설 녹지를 공장 용지로 바꿀 때는 땅값 상승분만큼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산업단지관리법 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정부의 관계 부처가 “새 공장 부지가 기존 산업단지에 포함되지 않도록 개발계획을 바꿔 부담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법 개정 없이 개발계획을 바꾸는 부처 간 협업으로 규제를 푼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입지 규제와 관련해 “공장 증설 과정에서 기업들이 중복 부담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여천NCC나 다른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서 애초에 기업들이 계획한 5조원 투자가 시행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보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최재필 기자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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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