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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요? 상대방과의 신뢰관계가 우선돼야죠.”
경남 창원시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경남금속 박수현 회장에게 엔저로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다소 엉뚱한 답변처럼 보이지만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완벽한 품질과 정확한 납기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쌓아져야 한다. 이런 신뢰관계는 환율 등 어려움이 있을 때 상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엔저 대응 방안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계약 당사자인 상대 회사와의 신뢰도가 제고돼야 한다는 의미였다.
경남금속은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다.
자동차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을 막아주는 ‘엔진 마운트 브라켓’을 생산한다. 현대·기아차, GM코리아, S&TC 등이 주요 고객사들이다. 직원 200명, 연매출 700억원 규모의 알짜 중소기업으로 불린다.

이 회사가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일본 완성차업체 4위 마쓰다자동차와 연간 30억원 규모의 제품 수출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엔진 마운트 브라켓’을 단독으로 일본 자동차회사에 납품한 것은 경남금속이 최초였기 때문이다.
최근 이 업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통해 엔저를 극복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대표적 엔저 대응 방안은 환율 리스크 셰어다. 환율 리스크셰어는 환율 조정을 통해 환율에 따른 위험을 계약 상대방과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같은 방안은 경남금속 이외에 대신금속 등의 계열사를 운영하며 십수년간 해외 수출을 경험한 노하우 덕분이었다. 박 회장의 설명이다.
“환율로 돈을 벌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키코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해외 업체와 거래하면서 엔화보다 안정적인 달러화를 결제화로 정했고, 1년에 한 번씩 환율을 조정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물론 상대 회사는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신뢰관계가 구축된다면 서로 양보하면서 상생하는 협력적 동반자관계를 만들 수 있다.”
경남금속 계열사인 대신금속의 사례에서도 신뢰 구축이 엔저극복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알루미늄 주조·주물을 전문으로 하는 대신금속은 일본에 로봇팔, LNG펌프 등의 제품을 수출한다. 연간 매출액 600억원 가운데 일본 수출액은 30억원 정도다. 하지만 올해 2배가량 뛸 전망이다. 신뢰를 유지한 결과였다. 박 회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엔화가 약세일 때가 기회일 수 있다. 그래서 마진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등 버티려고 노력한다. 일본회사 역시 엔고 시절을 겪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안다. 현재 가격을 올리자고 요구하지 않고, 이익을 조금 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큰 기회를 가져온다. 이것 역시 신뢰관계의 하나 아니겠나.”

‘가격보다 경험 중시’ 자동차업계 특성 이해도 중요
하지만 경남금속이 마쓰다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완성차업체를 만족시킨다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경남금속은 일본 수출을 위해 2012년 2월부터 마쓰다 측과 협상을 시작했다. 마쓰다는 최고의 제품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1년간에 걸쳐 강도 높은 품질 검사와 공장검사를 진행했다. 회사 내에서는 “차라리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본 기업이 원하는 수준까지 품질과 기술을 끌어올렸고, 결국 부품 전수검사를 비롯한 최종 납품 테스트에 통과했다. 그 결과 예상보다 세 배 많은 30억원 규모의 물량을 수출하게 됐고, 마쓰다 중국 공장에도 수출하는 열매를 맺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일본 완성차업체와의 계약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가 엔저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에는 산업구조의 특성을 이해한 측면도 있다.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선정 시 가격 위주의 업체 선정방식보다는 공급업체의 경험 여부가 더 중요시되는 점이었다.
박 회장은 “가격경쟁력만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하지 않는 자동차 OEM부품의 생리를 최대한 이용했고 마쓰다의 구매정책과 스탠더드, 그리고 구매성향까지 파악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쳤다”며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격차가 둔화되는 현상이 현저하지만, 고객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장비 상태에 대한 신속한 정보교류, 지속적인 거래를 통한 신뢰 향상이 엔저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엔저 현상으로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단순 가격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현지 바이어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서비스 제공 및 신뢰도 제고 등으로 엔저 영향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 송혜주 차장은 “일본 자동차업계가 협력사에 요구하는 제품 수준은 매우 높지만 일단 한 업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거래처 확대가 쉽다”며 “경남금속의 성공은 국내 중소기업이 품질이나 기술이 좋은 제품으로 신뢰를 구축해 엔저를 극복한 사례”라고 말했다.
글·최재필 기자 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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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