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암담했어요. ‘이대로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경기도 김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2010년 23년 동안 열정을 바쳐온 사업체를 잃었다. 외환위기 등 몇 차례 고비의 순간에도 끄떡없이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던 기업이 한순간에 공중분해가 됐으니 박 대표의 가슴은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연평균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의 대표에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박씨는 망연자실했다. 16억원에 달하는 빚더미는 그의 가정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결혼한 큰아들은 연대보증으로 빚 독촉에 시달렸고,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은 박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런데 불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한 그는 몇 개월을 갑갑한 병실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반평생 열정을 다해 일궈온 회사를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 때문에 빚을 지게 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그는 재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실패한 사업가에서 2년 만에 연매출 5억원의 중소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박승자(53) 케이피전자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2011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마련한 재기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에 참여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2011년 8월 중소기업청(중기청) 공익재단 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경남 통영 죽도에서 4주 과정의 재기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를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박씨는 그곳에서 사업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세상과 맞설 각오를 다졌다. 그는 캠프를 마치고 나와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거래처를 돌며 일감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일감은 얻었지만 당장 자재를 구입할 돈이 없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문을 두드렸다. 재창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다. 중진공은 2010년 3월부터 재창업기업들의 경영을 돕기 위해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재창업자금은 사업 실패로 전국은행연합회에 연체 등 정보가 등재되어 있거나 저신용자로 분류된 기업인 또는 사업실패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며, 업체당 지원규모는 최대 30억원(운전자금은 10억원)이다. 지원대상은 재창업을 준비하거나 재창업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로, 신용미회복자는 총부채 규모가 15억원 이하여야 한다.

납세담보면제 금액 늘리고 체임 선지급 비율은 낮춰
지난해 박씨는 중진공으로부터 8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정부의 도움에 힘입은 케이피전자는 최근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360도 회전용 부품 ‘슬립링’을 개발했다.
매출 성과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2억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2배를 넘는 5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박 대표와 같은 재기기업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기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지만 재정적인 난관 등 한계에 부딪혀 재창업을 주저했던 기업인들은 근심을 덜게 됐다. 정부가 재창업기업에 대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현재 운영 중인 재창업자금의 규모를 늘린다. 올해 중진공의 재창업자금 예산은 총 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다.
재창업기업들의 사업 여건도 개선된다. 그동안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량거래처로 분류된 재창업기업들은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기청은 올해부터 회생인가 등 재기지원 필요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서도 ‘해외규격 인증획득지원 사업’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 등 16개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취약한 자금력 때문에 정부지원사업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중소기업들에 사업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재기 중소기업인에 대한 납세담보면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6월 중 징수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5천만원이었던 납세담보면제 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납세담보는 징수유예를 신청한 자에 제공하는 담보를 말한다.
융자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까지 체불임금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들은 5천만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체불임금 50퍼센트 선지급’ 요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영세기업들에는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2월 임금채권보장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50퍼센트 선지급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글·백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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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