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만약 유튜브가 내부 직원에게만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했다면,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가 몇몇 전문가를 고용해 질문에 답하게 했다면, 지금과 같이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의 정보를 축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픈 콜라보레이션>의 저자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오픈 콜라보레이션(open collaboration·개방형 협업)’에 주목하며, 유튜브와 지식iN 서비스를 그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교수가 지칭하는 개방형 협업이란 ‘인터넷을 이용하여 외부에 있는 다수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빛의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시대를 맞아 개방과 참여,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협업은 기업경영,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협업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협업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급락과 급성장이 교차한 사례가 바로 소니와 애플이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며 혁신기업으로 부상한 애플이 2001년 아이팟 사업에 착수, 아이튠스를 결합해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하자 비슷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워크맨과 소니뮤직)를 보유하고 있던 소니는 2003년 그와 유사한 협력프로젝트 ‘커넥트(connect)’를 구상했다. 그러나 2004년 출시된 커넥트는 참담한 실패작이 됐고, 이후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소니는 혁신기업의 대열에서 뒤처졌다.
당시 소니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스트링거는 “사일로(silo)가 너무 많아 소통이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사일로란 조직의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공부문 역시 협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5년간 정부 규모가 커지며 정부 조직이 1998년 ‘37개 부처 740개 과’에서 ‘43개 부처 1,664개 과(2012년 말 기준)’로 늘어나 부처간 칸막이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협업은 더욱더 절실하다.
부처별 중복사업 증가로 협업은 필요가 아닌 필수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비슷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경우 올해 14개 부처,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1,300여 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사업별로 지원 내용이나 지원 대상 등이 다르겠지만, 1천여 개가 넘는 수준이면 중복사업도 많을 수밖에 없다.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사업의 경우도 28개 부처가 1천여 개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족 지원사업도 12개 부처에서 59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정부의 부처간 협업은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어 비효율과 낭비를 제거하고, 이로 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협업효과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그 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필요가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의 중소벤처기업연구실 양현봉 선임연구위원은 “중앙부처에서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 목적과 대상 등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중복 투자인지 지원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업 출발 단계에서부터 관련 기관이 함께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를 살펴 중소기업에 효과적으로,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 정부3.0의 ‘4대 핵심가치’ 중 하나가 개방, 공유, 소통, 그리고 협력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 추진전략 서‘ 비스 정부·유능한 정부·투명한 정부’에 따른 10대 과제 중 하나가 협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협업점검협의회를 매월 개최하고 있으며 그동안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찾은 155개 과제를 협업과제로 선정해 정책 효율성과 국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재난피해주민 원스톱서비스 지원’ 등 130개 과제는 부처간 협력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협력과제’다. 부처간 다소 이견이 있는 ‘통합 ODA 추진’ 등 15개 과제는 ‘조정과제’로 선정해 국무조정실이 국민행복이란 관점에서 조정을 맡고 있다. 나머지 10개 과제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협업을 통해 장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과제’로 분류되어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6월 과제별 실행계획을 만들어 올해말까지 43개 사업(전체 과제의 약 28퍼센트)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1월 말까지 30개 가까운 과제가 성공적인 협업으로 평가를 받았다.
민간부문에서 협업이 새로운 혁신과 창의성의 기반이 되어주듯 부처간 협업의 결과는 국민편익 증대, 비용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기획재정부가 협업하여 도입한 ‘정부조달 소기업 우선구매제도’.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2조원의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학생 전세임대 등 ‘대학생 주거지원’을 확대하여 대학생 주거지원율이 2011년 18.4퍼센트에서 올해 21퍼센트로 상승했다. 기관간 ‘운전면허 적성검사용 시·청력정보 공동이용’을 통해 신체검사를 생략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16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집단지성이 각광받는 시대, 공공기관들도 협업을 통해 국민 중심의, 국민 행복을 위한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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