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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들이 60대 노인되어 부자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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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고 쌓인 그리움을 풀어내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였다. 2월 20일 오후 3시 북한의 금강산호텔, 60여 년 만에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꽃다운 나이에 혈육과 헤어진 이산가족 1세대들은 이제 백 살을 바라보는 고령자가 됐고, 먼저 간 이들은 사진으로 대면해야 했다.

김영환(90)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헤어진 아내 김명옥(87)씨와 아들 대성(65) 씨를 만났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들은 노인이 되어 아버지와 마주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가족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구급차에 누워 금강산에 온 김성겸(90) 할아버지는 딸 춘순(67) 씨와 아들 진천(66) 씨를 만났다.

지난 1972년과 1974년 서해에서 조업하다 납북된 박양수 씨와 최영철 씨도 40여 년 만에 가족을 다시 보았다. 상봉자 중 최고령인 김성윤(96)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동생 김석려(81) 씨, 조카들과 상봉했다.

남측에서 금강산으로 간 1차 상봉단은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간 금강산에 머물며 북측 가족들과 재회했다.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열린 이번 상봉 행사는 남측 참가자들의 요청으로 북쪽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 행사와 북측 참가자들의 요청으로 남쪽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 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1차 상봉단은 남측에서 컴퓨터 추첨으로 선발한 1차 상봉 대상자 82명, 그들의 동반 가족 58명 등 총 1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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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측 신청 주체에 따라 1·2차로 나눠 만남 가져

이들은 상봉 행사 당일인 20일 오후 1시경 금강산호텔에 도착해 숙소를 배정받고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 행사에서 두 시간여 북쪽 가족들과 재회했다. 이날 저녁 7시부터는 북측에서 주최하는 환영만찬을 하고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개별 상봉과 공동 중식, 오후에는 가족 단위 상봉이 이어졌다.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 상봉까지 모두 6차례, 11시간 동안 그리던 혈육과 함께 그간의 회포를 풀고 오랜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

이어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차 상봉 행사에서는 북측이 뽑은 88명이 남쪽에서 올라간 남측 가족 360여명과 상봉한다. 2차 상봉 행사도 금강산호텔과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박 3일 동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2014년 신년구상을 통해 “작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된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이번에 설을 맞아 지난 50년을 기다려온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도록 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며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88년 이후 통일부에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사람은 12만 9,287명이며 이 가운데 5만7,784명이 세상을 떠났고 7만1,503명이 생존해 있다. 지난해 9월 추석 상봉 행사 추진 당시 대상자는 남측 96명, 북측 100명이었지만 북측이 행사를 연기해 그동안 사망하거나 건강이 악화돼 남측 참가자는 14명, 북측 참가자는 12명이 줄었다.

이번 1차 상봉 행사에서도 속초에 집결한 남측 상봉 대상자 중 1명이 건강 악화로 금강산행을 포기했으며, 속초에서 감기 증상으로 쓰러진 김섬경 할아버지 등 몸이 불편한 2명은 금강산까지 구급차로 이동했다. 다른 19명도 휠체어에 의지해 금강산으로 향했다.

1차 상봉단인 남측 참가자 82명은 90대 25명, 80대 41명 등으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80퍼센트를 넘는다. 남측 이산가족 생존자 7만1,503명 가운데 53퍼센트가 80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구급차에 누워,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가족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 이산가족 1세대들이 나날이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이 협력, 이산가족을 정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글·박경아 기자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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