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청년 창업 생태계 필요하고 주거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1

 

경북 대구에 사는 정홍래(26) 청년대표 위원은 한 달 전 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온다. 청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왕복 다섯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지만 정 위원은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 온다. 여러 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청년 정책을 고민하는 흔하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장문정(22)위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기획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지만,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청년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점을 인정받아 청년위원회 청년대표 위원으로 선임됐다.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여느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청년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두 사람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고 진지함이 묻어났다. 두 사람은 취업문제를 가장 심각한 청년문제로 꼽았다.

2장문정 “아무래도 총학생회장을 하다 보니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보게 돼요. 요새 대학생들은 공부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신입생 때 부터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워낙 취업이 어렵잖아요.”

정홍래 “제 주위에는 아예 취업 준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어요. 취업하기가 하도 어렵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시작을 하지 않는 거죠. 취업 준비를 하다가 ‘해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폐쇄적인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성적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잖아요. 청년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발견할 시간이 부족한 거죠. 박칼린 청년멘토 위원께서 ‘갭 이어(Gap Year)’*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대한민국 청년들도 ‘갭 이어’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관심사를 알게 되면 무턱대고 스펙을 쌓는 청년들이 줄어들 것 같아요.”

“맞아요. 요새 청년들은 대기업, 공무원 아니면 고시를 준비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관심사가 이렇게 특정 몇 개 분야에 한정되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청년들의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창업이 좋은 대안인 것 같아요. 제한된 일자리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창업을 해서 자신이 일할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거죠. 거기다가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요새 대학생들 사이에선 창업을 하려는 친구들이 참 많아요.”

“저도 창업에 관심이 많아요. 창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혜택도 많고요. 하지만 혜택을 늘리기 이전에 청년들을 위한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든 걸 다 던져 기업을 만드는 청년들이 있어요. 그런 청년들에게는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패자 부활의 기회를 줘야 해요. 넘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대기업, 공무원에 목숨을 거는 청년들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금 청년들이 한곳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는 그곳에 가야만 자신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청년들의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이런 인식이 깨져야 해요. 청년들이 실패를 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죠.”

지난 7월 16일 청년위원회는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발전 정책추진’ ‘소통인재 양성’이라는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실패를 용인하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 청년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홍래 위원과 장문정 위원은 일자리문제 외에 주거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살려면 평균 한 달에 90만원 정도가 든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어요. 집값, 생활비에 들어가는 비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특히 요즘처럼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을 하기까지 1~2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에선 매우 부담이 되죠. 대학생이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도 임대주택 혜택을 받은 적이 있어요. 주거 비용이 10만원 정도 줄어드니까 좀 숨통이 트이더군요.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 중에는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아요.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싶어도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 동안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

두 위원은 청년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정치 냉소주의’에 대해 우려했다. 정홍래 위원은 “정치혐오주의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청년들끼리 힘을 합쳐 함께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세상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대표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방대 학생들의 고민을 정부에 전달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방대 학생들은 창업을 하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경북대 학생들이 3만명 정도인데 이 중에서 취업을 접고 창업에 집중하는 동아리는 3팀밖에 안 돼요. 그런데 서울에 와서 보니까 창업 동아리가 정말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멘토링을 받고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지방대 학생들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어요.”

“제대로 된 청년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부가 청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좋은 정책을 만들기 어렵잖아요. 청년위원으로서 청년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잘해내고 싶어요. 청년위원회가 생긴 목적이기도 하고요.”

글·김혜민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갭 이어(Gap Year) : 영국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칠레 파타고니아에서 10주간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봉사를 하며 자신의 갭 이어를 보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