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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희(59)씨는 서울 성동구에서 찌개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 이인록(64)씨와 함께 식당을 꾸려온 지 올해로 8년째다. 이씨는 매일 아침 6시면 식당 문을 열어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백반집이다 보니 준비할 밑반찬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호박전을 부치고 달걀말이도 만든다. 나물 반찬도 준비한다. 찌개재료도 손님이 몰리기 전에 미리 마련해둔다.

하루를 바쁘게 시작하지만 이씨는 식당 운영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즐겁게 일한다. 그런 그지만 술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대는 곤혹스럽다. 손님들이 술을 한잔 마시면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님 몇 명만 흡연을 해도 식당이 좁다 보니 매캐한 담배 연기로 금방 자욱해진다. 환풍기를 켜보지만 담배 냄새는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이럴 때 들어오는 손님은 입구에서부터 ‘헉, 담배냄새’라며 코를 막고 싫은 기색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들에게 금연을 요구할 수도 없다. 아직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150평방미터 미만 식당이어서 자칫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서다. 현 국민건강증진법에는 150평방미터 이상 음식점에 대해 전체 영업장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흡연자를 위해서는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영업주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손님도 흡연실 외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40평방미터 남짓이어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편은 30여 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태우는 담배 냄새가 매우 독하게 느껴진다. 담배 냄새는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어쩌겠나? 손님이 왕인데…,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 술 손님을 받는 식당이라 어쩔 수 없다.”

담배 연기 외에 그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또 있다. 아무 곳에나 가래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손님들이다. 가래침이 덕지덕지 묻은 재떨이를 치울 때면 서러움마저 든다.

그래도 최근에는 흡연에 대한 손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고 한다. “요즘은 젊은 손님들이 식당 안에서보다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다. 나이 드신 손님들도 최소한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물어본다.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

특히 식당 내에 아이가 있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금연을 권한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손님들이 ‘아기 있어’라며 담배 끌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 곧바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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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가능 업소에 손님 뺏길 땐 마음이 아파요”

금연 유도를 위해 전체 음식점으로 금연 구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150평방미터 미만 식당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더라도 가게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작은 음식점까지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강제하면 흡연율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50평방미터 이상 휴게·일반 음식점 업주들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손님들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150평방미터 미만인 업소에 손님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동종업계와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하루 빨리 금연 구역 지정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단계적 시행으로 영세업소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 매출감소 타격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조지훈(46)씨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날부터 벽 여기저기에 금연 표지판을 붙이고 재떨이도 모두 치웠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이로 인해 발길을 돌린 손님도 상당수다.

하지만 “법은 꼭 지켜져야 한다”며 몰래 재떨이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조 사장은 “나도 비흡연자여서 흡연보다는 금연이 좋다고 생각한다. 담배 연기도 싫어한다. 그래서 금연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장사꾼이라 매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150평방미터 미만은 흡연이 가능하다 보니 그곳으로 손님을 뺏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00평방미터 이상, 150평방미터 미만 음식점에 대한 금연 구역 지정은 유예기간이 1년이고 그 이하는 2년인데 기간이 너무 길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음식점과 술집에서도 담배를 못 피운다는 사실을 많이들 인지하고 있는 만큼 유예기간을 3개월과 1개월 정도로 줄여 올해 안에 모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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