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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주거비 고통 줄여주자” 대학가 ‘착한 자취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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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은 일단 집 나가보면 안다. 독립생활을 선호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면서 전국 대학가 임대료가 치솟는 가운데 마음씨 좋은 집주인, 살기 좋은 시설에 저렴한 임대료의 ‘착한 자취방’은 객지 생활자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인 충주시 단월동에 위치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주변은 270여 동의 원룸 밀집촌이다.

이곳 캠퍼스 재학생은 약 8천명, 이 중 10퍼센트 가량의 학생이 집에서 통학을 하고, 기숙사(수용인원 약 2,300명)에 들어가지 못하는 4,900명의 학생이 자취나 하숙을 한다.

자연히 학교 주변 원룸 시설과 임대료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총학생회는 최근 ‘학우들이 직접 뽑은 강추자취방’ 명단도 매년 발표했으며, 올해에는 ‘착한 자취방제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착한 자취방’ 명단도 발표했다.

“올해 등록금 인상도 동결됐는데, 이왕이면 원룸 임대료도 동결 또는 인하했으면 하는 생각에 단 하나의 방이라도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착한 방’ 제공 의사를 묻기 시작했어요.”

총학생회 정연진 부총학생회장은 학교 주변 원룸 270여 곳의 주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70여 곳의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원룸별로 많게는 방 5개까지 1년치 임대료에서 10만~100만원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월세가 아니라 ‘연세(1년치 임대료)’로 계약한다. ‘보통’ 수준의 방이 350만원선이다.

원룸 주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 총학생회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우선 입주하도록 지난 2월 신청을 받았고, 희망 학생들이 입주를 했다. 정 부회장은 “학생들 대부분이 12월, 1월에 자취방 계약을 하는데 ‘착한 자취방제도 프로젝트’가 조금 늦게 시행되어 ‘착한 방’ 숫자만큼 학생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일찍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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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자취생에 장학금 제공하는 착한 원룸도 등장

‘착한 자취방제도 프로젝트’ 이전부터 이곳 원룸촌에는 학생들 사이에 ‘장학금 주는 원룸’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옥슨빌’이 있다.

14개 동으로 이뤄진 옥슨빌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입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상주 관리인을 두어 객지생활이 처음인 학생들의 여러 불편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그 덕분에 총학생회가 매년 발표하는 ‘강추자취방’ 명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곳 주인은 한 명이 아니라 각 동마다 한 명씩 모두 14명이다. 14명의 주인이 모여 만든 자치회가 운영하는 옥슨빌 관리사무소의 이지홍(59) 소장도 그중 한 명이다. 회색 면셔츠에 허벅지 부위에 주머니가 달린 ‘건빵바지’ 차림이 딱 대학생 같다.

그는 3년 전 대기업에서 은퇴하면서 옥슨빌 원룸 한 동을 매입해 옥슨빌 주인 중 한 명이 됐다. 옥슨빌의 주인 14명은 이씨와 같은 50~70대의 서울·수도권 거주 은퇴자들이라고 한다.

“(돈을) 벌기만 할 게 아니라 학교나 학생들과 함께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공생의 차원에서 학생들을 위해 환원하자, 이런 취지에서 입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첫해인 2011년에는 소수의 학생들에게 각각 100만원씩, 2012년에는 좀 더 인원을 늘려 50만원씩, 그리고 지난 3월 7일 열린 올해 장학금 지급행사에서는 25명의 학생들에게 각각 30만원씩을 지급했다. 선정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제비뽑기. 그래도 섭섭한 사람이 있을까봐 올해 참가자 전원에게 라면 1박스씩을 지급했다.

“사실 원룸 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차계약만 하면 사실상 더는 할 일이 없어요. 하지만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살면서 겪는 불편한 점을 함께 해결해보자 해서 자치회를 구성하고 관리사무소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집에서 부모 보호 아래 살다 보니 전구 가는 것, 머리카락 때문에 수챗구멍이 막힌 것까지도 관리사무소에서 다 해결해주어야 한다.

“원룸을 사고파는 것이 자유이니 지난 3년간 자치회 멤버가 바뀌기도 했지요. 하지만 새로 온 분들도 학생들과 조금씩 나눠야 한다는 기존 멤버들의 생각에 공감을 했습니다.”

옥슨빌은 이번에 착한 자취방 프로젝트에도 5개의 ‘착한 자취방’을 내놓았다. 이 소장은 내년에도 착한 자취방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집 가진 이들이 조금씩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자취방’은 얼마전 서울 시내에도 등장했다. 지난 2월부터 경희대·한국외대 등 9개 대학이 밀집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이 지역의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가 남아도는 주거시설을 활용해 월 15만원의 무보증금 자취방 20세대가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당장 큰 것이 바뀌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착한 방’과 ‘원룸 장학금’ ‘착한 자취방’은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경제적 이익이 맞서는 관계도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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