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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아파트는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다. 2007년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금연 아파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은 부천·포항·원주·고양·구미 등 전국 각지로 퍼져 금연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금연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서울시가 2012년에 실시한 금연 아파트 만족도 조사를 보면 금연 아파트 지정 후 응답자의 80퍼센트가 간접흡연 피해 경험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96.8퍼센트가 건강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듯 보이는 금연 아파트 사업이지만, 그 안에는 차마 담배를 끊지 못해 남몰래 피워야 하는 흡연자들의 애환, 이들의 규정 위반을 단속해야 하는 아파트 측의 고충이 숨어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이인식(67)씨도 그중 하나다.
흡연 경력 50년의 이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지난해 가을부터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서 가정 내 흡연은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씨는 “처음에는 이때다 싶어 담배를 끊을 생각도 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며, “지금은 참고 참았다가 정 힘들 때 담배를 들고 흡연 공간을 찾아 나간다”고 털어놨다.
이씨가 주로 애용하는 곳은 아파트 단지와 외부의 경계가 되는 출입문 앞이다. 아파트 단지 내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담배를 피울 수 있어 어느 순간부터 그곳은 아파트 흡연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버렸다고.
“매번 가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야. 다들 식구들 잔소리 피해 거기로 피난 가는 거지. 요즘엔 서로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피우지 말라는데 굳이 못 끊고 피우는 처지다 보니 서로 민망해.”

‘실내 흡연 금지’ 조항은 아직 없어 일부선 갈등도
금연 구역 내에서 몰래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얌체 흡연자들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재명(43·가명)씨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주머니 속에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들고 비상구로 향한다. 김씨가 살고 있는 층보다 2~3개 층을 더 올라간 곳이 바로 김씨의 ‘지정 흡연 구역’이다. 굳이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 층에서 피우면 걸릴까봐”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우리 층 계단에도 늘 담배꽁초가 굴러다니거든요. 다들 생각하는 게 똑같은데 나같이 머리 쓰는 사람이 없겠어요. 아마 다들 우리 층만 아니면 안 걸리겠지, 하고 남의 층에 가서 피우고 있을 거라고요.”
그러다 보니 계단 여기저기에 금연을 알리는 경고장도 붙어있고, 관리사무소에서도 “계단 통로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주문하는 안내방송도 하지만 김씨는 ‘계단 흡연’을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주중에는 어떻게든 참아 보겠지만 집 안에 종일 있어야 하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예 피우지 말라는 얘기인데, 담배를 참는 것이 죽는 것만큼 힘들다”고 고백했다.
금연 아파트 지정과 관계없이 예전의 흡연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박혜은(36·가명)씨는 종일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시아버지를 대신해 이웃들의 원성을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금연 아파트 조항 중에 ‘실내흡연 금지’는 없기 때문에 집 안에서의 흡연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집 안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창문을 넘어, 복도를 따라 이웃에 전해졌을 때에는 명백한 민원 대상이 된다.
박씨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고 난 뒤로 확실히 동네 공기가 달라지기도 했고, 주민들의 금연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면서 전보다 많은 항의가 들어온다”며, “흡연을 자제해주십사 말씀드리고 있지만 쉽게 습관을 고치시려 하지 않아 무척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오랫동안 피워왔던 담배를 한순간에 끊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숨은 흡연 장소를 찾아 헤매는 금연 아파트의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금연 아파트의 의미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담배를 피우는 입장인 나도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싫은데 안 피우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당장은 끊지 못해 이렇게 몰래 피우긴 하지만 전에 비하면 담배 양이 많이 줄었으니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금연에 성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금연 의지를 표명했다.
국립암센터의 암관리사업부장이자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기획정책 이사로 활동하는 김열(45) 교수는 “금연 아파트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금연운동에 참여해 자신과 이웃의 건강증진과 환경개선에 나선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의 피해에서 벗어나고, 흡연자들도 금연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금연 아파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주거환경 개선으로 인한 이미지 향상으로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에는 ‘금연 아파트 지정’을 원하는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일반 아파트가 금연 아파트 인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 아파트에 대한 금연 아파트 사업이 어느 정도 안착되었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2013년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금연 아파트 지정’에만 집중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글·이윤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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