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우리나라가 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마다 가장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야 했던 쪽은 농어민이다. 각종 자유무역 관련 협정으로 우리나라 상공업은 대체로 득을 본 반면 농어업은 위기가 가중됐다. 외국의 값싼 식재료가 몰려와 농어민의 소득에 직접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어민단체들이 부쩍 민생고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의 농어민 대책은 민생고 해결에 집중돼 있다. 농어민에게 당장 필요한 유통 채널을 확대해주고 각종 규제는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한·미FTA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린다. 축산·원예 등 외국과 경쟁할 때 취약한 품목의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지원규모를 2조5,255억원으로 늘렸다. 종자개량과 육성 사업인 ‘골든 시드’ 프로젝트 예산은 지난해 25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난다. 농식품 연구개발 사업에도 9,525억원을 투입하고 정부와 농민 간 계약재배 예산은 2,144억원, 비축예산은 6,711억원으로 확대한다.
농산물 생산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수급과 유통에도 정부가 직접 뛰어든다.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 구조는 늘 농어민과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 대상이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직접 유통 채널을 뚫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정부는 농어민과 소비자 간 직거래 지원에 200억원, 사이버거래소 활성화 사업 지원에 23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각종 농산물의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일어나는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올 3월 농산물 직거래를 위해 ‘생산자·소비자 공동농업방식(CSA)’의 정부지원대상을 선정하고 6월까지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부는 농산물 선별을 위한 공동작업장·직매장 등 인프라를 구축해 정부 주도의 정례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매년 김장철마다 가격이 급등했던 배추 등 수급이 불안한 농산물을 관리하는 수급관리위원회도 만든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참여하는 국내외 농산물 수급불균형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도 새로 마련한다. 정부는 국외 곡물자원 확보예산을 통해 곡물비축 확대에 2,672억원, 재외농업 개발에 355억원을 투입한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가격 급등에 대비해 조사료 생산단지를 확대하는 데 1,540억원을 투입하고, 1,200억원의 사료 직거래 자금도 신규 편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올랐던 국제 곡물가격은 축산농가의 최대 걱정거리다. 사료가격 상승은 곧바로 축산농가의 경영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농가 사료 직거래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가 농가에 저금리로 사료값을 빌려줘 고금리의 외상 사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료시장에서 축산농가가 외상거래하는 비중은 약 50% 정도다. 사료 직거래 활성화 사업이 추진되면 이들 외상거래가 대부분 현금거래로 전환된다. 농가에는 약 12~15%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1,200억원 규모를 2년 상환에 3% 금리로 축산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어민 지원 대책 어민들의 민생고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물 수확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시행된다. 해삼·전복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양식섬 신규조성에 165억원을 투자한다. 자원조사선 건조에도 50억원을 지원해 연근해 어족자원조사를 강화한다.
어민들이 조업할 수 있는 여건도 개선한다. ‘조건불리지역 수산직불제’ 대상을 확대한다. 지난해까지는 육지로부터 50㎞ 이상 떨어져야 직불제 대상에 속했지만 올해부터는 대상 범위가 30㎞ 이상으로 확대된다. 2014년부터는 8㎞ 이상 떨어진 섬지역 어가까지 직불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어장 범위에 제한이 있었던 서해 5도 주변 어장도 확장된다.
인천광역시와 지역 어업인들이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내용이다. 연평도 37㎢, 소청도 43㎢, 백령도 36㎢씩 주변 어장을 확대한다. 서해접경지역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조치다.
어장을 확장했을 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에 대비해 인천시와 옹진군이 어업지도선을 배치하고 조업구역과 조업시간을 엄격히 준수토록 할 예정이다. 다만 연평도 일부 해역에는 여전히 어구를 설치할 수 없다.
간척지 개발도 활성화한다. 간척지를 원예·축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지원하는 법률이 없었다. 정부는 올 초 시행하는 ‘간척지의 농업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간척지 활용과 관련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기반시설·공공시설 등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간척지 활용 사업구역을 지정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관련 농어민의 부담금을 줄여준다.
수입 농산물이라는 파고를 넘을 정책들이 올해 연이어 쏟아지면서 농어민의 주름살이 한결 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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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