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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년 예산 342조원이 확정되었다. 올해 예산은 예년에 비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한 해의 예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향후 5년간 국정기조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이자 국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가 한 말이다. 오스트리아 사회학자 골트샤이트는 “재정구조가 국가기능을 주로 결정한다.

예산은 각종 이데올로기 장식을 걷어낸 이후 나타나는 국가의 골격”이라고 했다. 국정운영에서 재정과 예산의 핵심 역할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새 정부는 서로 다른 방향의 재정 트릴레마에 직면해 있다. ‘3차원 재정 퍼즐’을 풀어 나가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저성장시대에 대비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국가 재정력을 튼튼히 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 강화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장이나 효율성보다 분배와 공평성 측면에 정책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 반면 저성장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배보다 생산성촉진 위주의 잠재성장력 강화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 지출 과정에서 유럽의 재정위기와 같은 국가파탄을 겪지 않으려면 재정준칙을 수립하고 적정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2013년 예산은 새 정부가 당면한 재정 트릴레마를 풀기 위한 첫 단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새해 예산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맞춤형 복지,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국민안전 제고 등에 역점을 두고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퍼센트 수준으로 균형재정을 유지할 계획이다. 당초 국회에서 요구했던 7,000억∼9,000억원의 추가 국채 발행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안심된다.

다만 대부분의 예산이 복지·안전 등 현실 보완 위주의 지출에 방점을 두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닥칠 저성장시대에 핵심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살려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강화하며 경제잠재력과 성장동력을 배양하기 위한 더욱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 노력이 다소 미흡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이 부진해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힐 경우 기대보다 재정적자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산 심의 때 국회가 편의에 따라 정부안에서 마음대로 증액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안의 삭감만 용인하고 증액은 함부로 할 수 없도록 예산법률주의에 입각한 재정준칙이나 ‘재원안 동시제출제도(PAYGO)’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글·염명배 한국재정학회장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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