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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다 개인”… 국민 각자 행복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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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15~64세의 고용률을 EU의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인 70퍼센트까지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4백쪽이 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거시경제 목표치이다. 이를 빼면 공약집 어디에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같은 거시 지표 목표치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국민 행복, 고용률 제고, 중산층 강화 같은 약속이 들어 있다. 공약의 대상이 국가에서 철저히 국민 개인으로 바뀌었다.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역대 정부와 근본적으로 차별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이자 경제학 박사인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박 당선인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등 역대 정부가 초점을 맞췄던 거시(macro)정책에서 탈피해 국민 개개인의 행복증진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자본주의 단점을 보완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이른바 ‘자본주의 4.0’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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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중산층 재건’과 ‘민생’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성장률 제고 같은 거대 담론은 당선인의 연설에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성장의 온기가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생 관련 공약은 시시콜콜한 정도로 자세하게 소개됐다.

당선인은 하우스푸어 대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0~5세 무상보육 공약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국익(國益) 같은 공동체적 가치보다 민생 같은 개인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철학으로 크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7성장률 대신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된 공약은 고용률과 중산층 비율이었다. 현재 59.7퍼센트인 고용률(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5년 내 70퍼센트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중위소득의 50~1백50퍼센트 이내) 비율도 현재 64퍼센트에서 임기 내에 70퍼센트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제 운용의 관점이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전체 성과에서 성과의 분배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노선은 ‘박근혜식 행복지수’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교수)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경제성장 지표를 대체할 ‘국민 행복지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경제 성적표를 매기는 기준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경제노선이 중시하는 지표는 고용률, 사회안전도, 건강 및 의료 지표, 소득 5분위배율(상위 20퍼센트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퍼센트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정도를 0~1 사이의 수치로 지수화한 것), 교육지표, 1인당 가계부채, 저축률, 절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퍼센트 이하인 가구가 전체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 물가상승률 등이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일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이것이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공약에 거창한 경제목표 달성보다 복지·교육·경제 이슈가 많은 것은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이 약속한 10대 공약 중 8개는 직접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과제들이다. 박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가계부담 덜기, 국가 책임보육, 교육비 걱정 덜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근로자 일자리 지키기, 근로자 삶의 질 올리기는 모두 순수 경제 문제로 보기 힘들고, 복지나 교육 정책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민생과 직접 연결하다 보니 순수한 경제 정책보다는 경제·교육·복지·노동이 결합한 융합적 정책조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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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에도 상당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단 2008년 정부조직개편으로 사라졌던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는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미래사회 전반에 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 예측, 이를 토대로 한 국가정책 수립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연구개발 예산배분 수준을 넘어 과거 경제기획원과 비슷한 기능을 더해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정부의 영역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부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 분야를 총괄할 전담부처도 만들어지고, 해양수산부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의 수산과 해양 기능이 다시 분리되면 정부세종청사 배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직접은 아니지만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지식경제부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5년 전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 정책, 재정경제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모아 대부처가 된 지식경제부는 다른 부처의 부활 여부에 따라 조직 축소가 예상된다.

이 밖에도 박 당선인은 외교·안보·통일 정책 차원에서 ‘국가안보실’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판 CSI(과학수사대)식의 성범죄 전담반을 신설해 성폭력 수사부터 재판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관심을 끈다.

정부조직 확대와 더불어 공무원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정책공약집에서 경찰인력을 2만명 증원하는 등 교육·안전·복지 관련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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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사병의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했다.

8병사의 복무기간은 노무현정부에서 2014년까지 18개월로 단축하기로 결정돼 현 정부 때까지 이어졌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 전투력 약화와 병역자원 부족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2월부터 21개월로 동결됐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2029년엔 최대 6만9천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하며, 21개월로 동결하면 3만7천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은 병사의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부족한 병역자원을 부사관 충원과 전문하사(유급지원병) 확대 등으로 보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방부는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병사의 월급을 2배로 인상하려면 연 5천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예산 확보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엔 총 1백3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당선인은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무행정을 강화하고,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중복·유사 예산은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탈세를 차단하고, 체납 세금을 최소화해 현재 19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조세부담률이 2퍼센트포인트 올라가면 실질적으로 재원이 30조원가량 확보될 것으로 박 당선인 측은 추산한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야당 측이 추진한 법인세·소득세 등의 세율 인상은 실현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미 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소득세 세율 구간을 조정하는 일에도 부정적이다.

대신, 해마다 연장되는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해 필요 재원의 40퍼센트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비과세·감면을 통한 국세 감면액은 2008년 28조7천8백27억원에서 올해 31조9천8백71억원(추정)으로 5년 새 3조원 이상 늘어났다. 유사·중복 예산도 축소할 예정이다.

글ㆍ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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