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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통한 예술 복지 지원 첫발 내딛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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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말 서른두 살의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자신의 지하 단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같은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이웃집 주민에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겼다. 쪽지를 본 이웃이 찾아가 보았지만, 최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실력을 인정받던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쓸쓸히 숨지는 사이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 같은 시나리오 작가뿐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4대 보험 같은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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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1월 6일 ‘예술인복지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예술인들의 생활과 처우가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1년 만인 오는 11월 18일 시행됨에 따라 법을 통한 예술인 복지지원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김미경 사무관은 “예술인복지법 시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의 복지 증진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 복지 증진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예술계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표준계약서 양식을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예술인의 경력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예술인의 활동 실적 및 경력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예술인복지법은 이 법의 지원대상자가 되는 예술인에 대해서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자”로 정의했다.

예술인의 활동 증명 기준은 ▲공표된 저작물(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소득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국고 또는 지방비 등의 보조를 받은 예술 활동 실적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이상의 4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예술인복지재단의 별도 심의를 통해 예술인 증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 사무관은 “복지혜택을 받을 예술인의 범위는 폭넓게 인정하되, 실제 복지사업 대상은 한정된 예산을 감안, 지원이 꼭 필요한 예술인이 혜택을 받도록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한 후 지원대상 예술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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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도 통과해 예술인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가입대상은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인으로서 예술 활동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는 사람’이다.

예술인 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설립된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앞으로 사회보장 확대 지원, 예술인의 직업 안정 및 고용 창출, 예술인 복지 금고 관리·운영 등 다양한 복지 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2013년도 예산에는 예술인복지법을 통한 지원 사업으로 ‘예술인 취업지원 교육프로그램 운영’, ‘사회공헌과 연계한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등 70억원이 반영되었으나 추가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김 사무관은 “예술인복지법이 실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라며 “법 시행을 통해 예술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예술인의 생활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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