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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체조의 양학선이 금메달을 땄다. ‘체조 강국’ 중국을 제치고 딴 천금 같은 메달이었다. 조성동 감독 등 체조 지도자들과 체육과학연구원의 송주호 박사는 다음 목표를 생각했다. ‘런던 올림픽 제패’.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양학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양학선은 그때까지 ‘여2’ 기술을 구사했다. 난도 7.0으로 구름판을 정면으로 밟고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하는 기술이다. 런던에서 한국 체조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양학선, 조 감독, 송 박사는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기로 했다. 바로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기술이다.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영상 확보가 관건이었다. 기술분석을 정확히 하려면 영상이 필요하다. 체조, 특히 도마는 해당 기술 연습을 하루에 한두 번밖에 할 수 없다. 최대한으로 해도 세 번이다. 몸을 공중에 띄웠다가 회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몸에 굉장한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평가전 때 양학선은 안정된 동작을 보여줬다.
최적의 동작이 담긴 영상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초 체육과학연구원에 도입된 초고속 카메라가 제 역할을 했다. 석 달 후인 7월 코리아컵 국제대회에서 국제체조연맹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학선은 신기술을 선보이며 역대 최고점인 7.4점을 받았다.
‘YANG Hak Seon’ 기술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 후로도 끊임없는 영상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기술의 세부 동작은 다듬어졌다.
송 박사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도왔을 뿐, 선수와 지도자들이 신기술 개발을 한 것”이라고 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지난 1980년 설립됐다. 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위해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심리학, 생리학, 역학 전공자로 이뤄진 18명의 연구원이 하계와 동계 종목을 나누어 맡고 있다.
연구진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선수단을 지원한다. 일단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해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걸 돕는다. 스포츠과학교실을 수시로 열어 지도자와 선수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경기 현장에서는 선수의 컨디션 조절을 돕고 상대 선수의 기술을 분석한다.
스포츠 강국들은 일찌감치 스포츠과학에 눈을 돌렸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0년 4천여억원을 들여 스포츠과학 연구시설을 완공했다. 중국과 미국도 스포츠과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과학은 어느 수준일까. 연구실장을 맡은 성봉주 박사는 “수준은 결국 선수들의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연구진과 경기 지도자의 유대가 강한 것이 특장점”이라고 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이 태릉선수촌 바로 옆에 있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현장경험과 과학이론이 합쳐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감독의 ‘감’으로 선수를 지도했다면 이제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노하우’로 선수를 지도한다. 지도자의 지적에 수긍하지 않거나 자신의 기술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선수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금방 기량이 향상한다고 한다.
성 박사는 “연구원에서는 ‘연구원을 가장 많이 드나든 감독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배출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가장 자주 연구원을 드나든 감독으로는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감독을 들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복싱의 이승배 감독이 자주 온다고 한다.


런던 현지에는 김병현(심리학), 송주호(역학), 김광준·문영진·김태완(이상 운동생리학) 박사가 파견됐다. 김병현 박사는 사격을 담당하고 있다. 사격은 금메달 획득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김 박사는 “우뇌는 감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인다. 스님들이 염불을 할 때 우뇌가 활성화하는 점에 착안해 비슷한 방법을 훈련에 도입했다”고 했다. 매일 30분씩 ‘나는 챔피언이다’ 같은 문구를 반복적으로 외워서 자신감을 높이고 우뇌를 활성화했다.
24년간 끊긴 올림픽 금맥을 잇겠다는 의지를 다진 복싱 선수들은 체육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부터 새로운 훈련을 하고 있다. 2인 1조로 허리에 튜브를 걸고 등진 채 섀도복싱을 하는 훈련이다. 근력을 키우면서 펀치 기술도 연마할 수 있다. 훈련 결과 선수들의 근력은 13~25퍼센트 향상됐고, 훅·스트레이트·어퍼컷의 펀치력도 평균 27퍼센트 강해졌다고 한다. 복싱을 맡은 김광준 박사는 선수단과 함께 런던으로 떠났다.
올림픽 기간 다른 나라의 스포츠과학 전문가들도 런던 현지에 모일 것이다. 런던 올림픽 시합장 뒤편에서 치러질 이들 전문가 사이의 소리 없는 ‘게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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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