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국방부 간 소송의 시작은 200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방부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인근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국방·군사시설 사업계획(1차)을 승인했다.
이에 반발한 강동균(55) 제주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 4백49명은 “환경영향평가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승인이 이뤄졌다”며 그해 4월 사업실시 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자 국방부는 해군본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반영한 새 사업계획(2차)을 2010년 3월 승인했다.
그해 7월에 진행된 1, 2심에서 법원은 “1차 승인처분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잘못이 있어 무효지만 이를 보완한 2차 승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환경영향평가 미비 등 사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2009년 1월의 사업 승인은 불법이지만 이를 보완한 2010년 3월의 2차 승인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법률적으로 주민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국방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건설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따라 중단 없이 진행됐다.


지난 7월 5일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11명의 대법관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차 승인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은 잘못”이라며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 시기는 원고 측이 주장하는 ‘사업 실시계획
승인 전’이 아니라 ‘기본설계 승인 전’으로 볼 수 있어 1차 승인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일부 주민 손을 들어준 판결마저 잘못된 것으로 바로잡은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고, 환경평가도 부실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절대보전지역 축소 등은 제주도지사의 재량에 속하는 문제이고, 설령 환경영향평가가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13명이 참여해 열렸다. 이 중 전수안·이상훈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내 원심 판단이 옳다고 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은 모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날 판결로 국방부와 지역주민 간에 계속된 3년여의 소송이 사실상 종료됐다. 공사 진행에 장애가 됐던 법적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다. 또한 일부 지역 주민이 주장해 온 것과 달리 해군기지 공사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당초 2014년 완공 목표였으나 공사 예정지 점거 등으로 10개월가량 공기가 늦어진 상태다. 공사는 현재 전체 공정 중 21퍼센트가 진행된 상태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구럼비바위 발파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15만 톤급 크루즈선이 입·출항하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은 구럼비바위가 있는 제주 강정마을 일대에 건설된다. 사업계획 승인 당시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제기한 자연유산으로서 구럼비바위의 보존가치에 대해 문화재청은 “지질전공 전문가 등의 조사 결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특별한 비교우위의 가치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구럼비바위 발파작업은 모두 끝났고, 현재 본격적인 육상·해상공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 기준으로 전체 사업비 9천7백76억원 가운데 2천74억원이 집행돼 21.1퍼센트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말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해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를 무역항으로 지정했다. 군항 통제구역에 국제크루즈 선박이 입·출항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서의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크루즈 선박의 승무원과 승객은 제주해군기지로 들어갈 때 입항 예정일 7일 전까지 관할 부대장 등에게 출입 허가를 신청하면 된다고 한다.
글·서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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