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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의 주된 수입원은 조세다. 국민이 ‘잘 먹고 잘살게 해달라’고 주는 세금이기에 한 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국가재정을 기반으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사용할 예산을 짜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자리한 경기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1동 4층. 휴가철인 7, 8월에도 이곳에서는 불이 꺼지는 날이 거의 없다.

편성, 집행, 결산 등으로 1년 내내 처리할 업무가 산적해 있어 여느 달에도 철야근무가 잦지만 이맘때는 그야말로 야근과 밤샘의 연속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향후 5년간의 재정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국회 제출 기한(10월 2일)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금은 예산실 직원 1백50여명이 모두 가장 예민하고 바쁜 시기라 말 걸기가 미안할 정도예요.” 강영규 예산협력팀장의 귀띔이다. 강 팀장은 정부의 최우선 정책을 다루는 곳이라며 일자리와 환경 관련 사업의 예산을 짜는 노동환경예산과로 기자를 안내했다.

30제곱미터 남짓한 방에 직원 8명의 책상과 의자, 2개의 회의용 탁자 세트가 다닥다닥 들어찬 노동환경예산과는 비좁아 보이는 공간만큼이나 여유가 없어 보였다. 두 탁자 모두 이미 만원이다. 한쪽에서는 이 부서 내부 회의가, 다른 쪽에서는 예산안에 관한 타 부처와의 협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출입증을 목에 건 또 다른 무리가 방안을 기웃거린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관련 사업은 모두 2백여 개에 달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지만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청 등 다른 부처들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수시로 찾아오는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연일 이어지는 예산심의회 준비를 하다 보면 밤 10시가 넘어야 예산안을 짤 시간이 나지요.”
 

노동환경예산과에서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김경국 사무관의 말이다. 그는 평소 오전 9시까지 출근한다. 하지만 오후 6시 ‘칼퇴근’은 꿈도 꿀 수 없다. 상대적으로 덜 바쁜 2월이나 10월에도 밤 11시경에 퇴근한다. 요즘 같은 초비상 시기에는 업무를 마치는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밤늦게까지 일한다.

“우리 부서뿐 아니라 예산실의 모든 직원이 야근과 철야, 일요일 근무를 예사로 해요. 그래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노릇은 못하고 있는데 집에서도 이젠 적응이 됐는지 일요일이면 으레 출근하겠거니 하죠(웃음).”

시간외 근무가 한 달 평균 1백 시간이 넘는데도, 김 사무관의 얼굴 어디에서도 그늘진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국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관련된 업무라서 일하며 느끼는 사명감과 보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까지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희망근로사업, 청년인턴제 같은 단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지만 내년도 일자리 사업은 청년실업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일하고 싶어도 취업을 못해 눈칫밥 먹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들이 다채롭게 펼쳐질 겁니다.”

예산실 직원 대부분이 그렇듯 김 사무관은 여름휴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요즘같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비좁은 사무실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붙잡고 온종일 씨름하기가 녹록지 않을 텐데, 이보다 더한 고충은 정작 따로 있다고 말한다.

“예산안을 놓고 사업 관계자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정은 이해가 되는데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요구조건을 다 들어줄 수는 없거든요. 재정 지원보다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도 많이 있고요. 그래서 예산안을 편성할 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사업이 국민에게 더 절실하고 실효성이 높은지를 기준으로 삼아 우선순위를 매기죠.”

헌법에 따르면 지금 만들고 있는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은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며, 국회에서는 10, 11월에 예산안을 심의한 뒤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해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2월 31일에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헌법이 규정한 시한이 지켜지지 않아 정부는 물론 정책의 소비 주체인 국민과 확정된 정부 예산안을 토대로 차기년도 계획을 세우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연한 피해를 봤다. 김 사무관은 이를 우려하며 “올해 국회에서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에 통과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12월 2일 예산안이 통과되면 그 후 일주일 동안 지자체와 공기업에서 예산안을 확정합니다. 그때 하지 못하면 지자체에서는 이듬해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인력 낭비가 불가피합니다.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는 일은 국정운영과 국민 생활안정과도 직결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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