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박인숙 씨는 지난 2월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인근 주민센터에 갔다가 진땀을 뺐다. 그간 주민등록등본 발급 같은 민원신청은 주로 남편이 해왔기에 박 씨가 직접 주민센터를 찾을 일이 거의 없었다. 신청 절차도 잘 모르는 데다 민원신청 서식에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무슨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했다. 깨알 같은 글씨가 빽빽하게 채워진 유의사항란을 보니 읽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박 씨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기재란을 모두 메울 수 있었다.
3개월 뒤인 지난 5월 27일 박 씨는 우연히 서울역 대합실에서 오는 7월 중순부터 새롭게 바뀌는 민원신청 서식 전시물을 보게 됐다. 개선된 민원신청 서식에는 디자인과 구성, 글씨체까지 민원인의 불편을 없애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깔끔해서 보기가 좋았어요.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돼 있고, 주민센터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혼자서 척척 써내려갈 수 있을 만큼 간편하게 만들었더군요. 외국인을 위한 배려도 인상적이었어요.”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나 재발급신청서 같은 민원신청 서식은 국민과 정부 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복잡한 서식과 어려운 용어로 말미암아 이해하기 어렵고 작성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 민원신청 서식이 깔끔하고 간편하게 바뀐다. 1961년 민원신청 서식 설계기준이 만들어진 지 50년 만이다. 행정안전부는 민원신청 서식을 쓰기도 쉽고 업무처리에도 편리하게 고치기로 했다. 디자인도 한결 세련돼진다. 다문화가정을 고려해 외국어로 된 서식도 생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부터 디자인 전문가와 일반인, 공무원 등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서식 개선작업을 추진해왔다. TF팀에 시각디자인 전문가로 참여한 홍익대 김현석 교수와 한양대 송민정 교수는 서식의 전반적인 개선 방향과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행정안전부 주부모니터단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은 구체적인 항목을 지적해가며 개선할 점을 도출해냈다. 법제처와 국립국어원도 참여해 현행 민원신청 서식의 ‘지재해야 한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로 바꾸는 등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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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신청서, 저당권 설정 등록신청서, 취득세 및 등록세 신고서, 운전면허증 갱신신청서, 근로내역 확인신고서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40종의 민원신청 서식이 먼저 개선됐다. 이들 서식이 사용된 건수는 2009년 한 해 동안 무려 3억7천만 건에 이른다. 이는 1년 동안 처리된 전체 민원 건수의 59퍼센트에 해당한다.
서식 개선작업에 참여한 경기도 주부모니터단 신정애 부대표는 “민원인들은 현행 민원신청 서식이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구성이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로 돼 있어 담당 공무원들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작성하기가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인천 계양구 주부모니터단 장정륜 총무는 “국민의 작은 불편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선진국으로 다가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민원신청 서식 개선작업은 민원인과 관리자를 모두 배려해 ▲이해하기 쉽고 작성하기 편리한 서식 ▲예쁘고 아름다운 서식 ▲관리하기 편한 서식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주요 개선 내용으로는 비슷한 항목의 배열을 다시 하고, 기재 공간을 넓힌 점을 들 수 있다. 공무원 기재란을 음영으로 표시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외국인이 많이 쓰는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서 등 5종의 서식은 국어, 영어, 베트남어, 일본어, 태국어 등 5개 외국어로도 표기해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답답해 보이던 표의 옆선을 없애고, 표 내부의 상하 구분선도 정렬했다. 서식 작성 시 유의사항과 작성 안내문은 서식 하단이나 뒷면에 배치했다.
이렇게 바뀐 민원신청 서식은 입법예고와 법령 개정을 거쳐 7월 중순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 전국 3천8백26개 읍면동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의견수렴과 홍보가 진행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6∼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로비와 서울역 대합실, 종로구청 민원실 등 세 곳에서 민원신청 서식의 개선 전후를 비교하는 전시물을 게시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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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