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한국의 발전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그 비결을 배우고 싶었다.”
지난 22일 수원에 위치한 행정자치부 산하 지방혁신인력개발원 회의실. 나이 지긋한 아프리카 콩고의 고위직 공무원 11명은 강사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은 초등학생 처럼 초롱초롱 빛이 나고, 진지한 표정은 마치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다.
첫교시 강의가 끝난 뒤 짬을 낸 벤자망 봉게 기벤더(콩고 연방정부 기획부 외자 담당국장)는 “아프리카 대다수의 나라들은 내전과 전쟁에 시달리다 이제 안정을 찾으며 발전을 하려는 시기”라며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발전 모델” 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한국전쟁 이후 어떤 정책으로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는지 꼭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후원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콩고 연수단은 보름 남짓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하나라도 더 배워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연수단원들의 수첩과 노트가 그림 같은 그들의 글자로 빼곡히 적혀 있는 것은 이들의 배움 의지를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또 콩고 연수단은 이번 한국 연수가 두 나라의 협력과 우의를 두텁게 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뮬리에마 키로로(대통령 비서실)는 “공무원 연수뿐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 등 제반 분야에 걸쳐 두 나라가 형제처럼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수립 등에 있어 한국으로부터 전수받은 노하우를 본국에 돌아가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적극 전파한다면 콩고 공무원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책 한류’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새마을 운동부터 전자정부 시스템까지 포괄적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람바 뮤얀지(보건국장)는 “우리에겐 현찰을 쥐어 주는 방식의 경제적인 지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콩고가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 노하우와 지식 전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50년 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서 반세기 만에 선진국으로 들어선 기적을 이룬 나라이므로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 이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정부가 대한민국을 연수 1순위로 꼽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고 했다. 2000년 들어 개발도상국측이 연수 요청이 잇따르면서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이 외국공무원 연수의 메카로 거듭났다. 외국 공무원 연수는 초기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아프리카, 남미 등의 세계 각 나라의 외국공무원들이 찾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까지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을 거쳐간 외국 공무원은 75 개국 944명. 지난해까지 개발원측이 개설한 외국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은 이들 모두 10개 과정이었으나 올해는 3개를 추가했다. 그러나 각국이 요청한 23개 과정에는 아직도 턱없이 못 미친다.

개도국 공무원에 발전 노하우 전수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이 개발도상국에서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그간 쌓은 공무원 교육의 노하우가 만만찮은 까닭이다.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은 당초 우리나라의 지방 공무원 중 5급 이상 간부 공무원의 리더십 향상에 초점을 두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래서 개발도상국 고위 간부들에겐 지방 발전, 지역 정보화 등 균형발전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또 교육 내용에는한국의 지방행정과 지방분권추진 경험, 새마을 운동 등 지역개발, 지역발전을 위한 공무원의 역할, 지역정보화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상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이른바 ‘수요자 중심’이라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공무원 연수과정은 여러 가지 화제를 낳기도 했다. 2001년 10월에는 몽골 도지사 21명 전원이 개발원 연수과정에 참여해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연수과정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정규과정 외 갑작스럽게 과정을 끼워넣어달라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연간 1만 1000명이 넘는 우리 지방 공무원이 연수를 다녀가는 것에 비하면 외국공무원 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최근 지방혁신인력개발원 외국공무원 교육과정의 우수성이 수료생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주한외국공관과 아시아개발은행, EU,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등 다양한 국제기구의 후원으로 연수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개발원 내 국제교육협력센터의 개관으로 내년부터는 교육과정을 대폭 늘려 더욱 많은 외국공무원 연수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외국공무원 연수과정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외국공무원 연수과정 개설 이후 줄곧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신순녀(47)팀장은 “교육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강의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지고 있지만, 교육프로그램과 불어, 영어 등 통역을 맡아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의 교육 시간을 더욱 늘리고 전문화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보통은 보름, 짧게는 1주일가량 연수를 받고 간 외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은 국무총리에서 장관, 국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형 행정 노하우를 착실히 이식하고 있으며, 친한파와 지한파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의 연수과정을 통해 형성된 인적네트워크가 대한민국 외교의 첨병역할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초 몽골에서는 개발원을 거쳐간 이 나라 국제교육 과정 수료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문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 몽골 국무총리, 사법 내무부 장관 등 장관 2명, 국회의원 3명을 포함한 141명이 창립 동문이다. 이들은 동문회를 발판으로 인적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양국 발전과 화합의 초석임에 분명하다. 지방혁신인력개발원 박연수 원장은 “몽골 내에서 이번 동창회 창립총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앞으로 두 나라가 같이 발전하는데 큰 밑거름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며 “발전 가능성이 많은 개발도상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눈에 보이지 않는 외교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커다란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외교”라고 말했다.
앞으로 몽골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이집트 등도 오프라인 동문회를 만들 계획이어서 국익 극대화에 적잖은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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