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에 대해 일부 논란은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납세를 거부하기보다는 정부시책에 동조해야 합니다.”
경기 과천시 부림동에 사는 71세의 ㄱ할아버지는 종합부동산세 신고기간 이전인 지난해 11월 30일에 관할 세무서를 방문해 종부세를 자진신고 납부했다. 할아버지가 지난해 납부한 종부세는 869만1000원.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노구를 이끌고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 납부한 ㅍ(74·강원 강릉시) 할아버지는 “2005년에 260만 원을 냈지만 조금 더 나올 것 같아 300만 원을 준비했는데 550만 원가량이 나와 당황스럽다”면서도 “평생에 세금을 안 낸 적은 없다”며 아픈 몸으로 신고서를 제출하고 12월 14일에 세금을 납부했다.
종부세 과세대상이 공시지가 6억 원 이상으로 확대된 이후 처음 시행된 자진신고에서 당초 우려와는 달리 97.7%라는 높은 신고율을 보였다. 일부에서 종부세 위헌소송 등 거부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이는 종부세가 이중과세이자 재산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라는 일각의 조세저항 움직임을 불식시키고 1.3%에 해당하는 선택받은 소수가 나눔의 실천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견실하게 하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19일 신고대상 인원 34만8000명 중 97.7%인 34만 명이 자진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종부세를 처음 부과한 2005년에는 납부대상자 7만4000명중 96.0%인 7만1000명이 신고한 것에 비해 1.7%포인트 향상된 것이다. 2005년의 기준은 기준시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이었다. 특히 신고율 97.7%는 지난해 종합소득세 90.9%나 법인세 92.1%, 부가가치세 89.6% 등 보다 높은 것이다.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개인은 33만4000명 중 97.6%인 32만6000명이 신고했으며, 법인은 1만4000명 중 99.3%가 신고를 마쳤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90% 이상만 되면 성공적이라고 봤는데 국민의 성숙한 납세의식을 보여줬다”며 납세자들의 성실신고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종부세, 투기수요 잠재우다
2006년에는 종부세 대상자 수가 5배나 늘어났는데도 대부분 지역이 99% 이상, 서울도 평균 96.7%를 기록했다. 특히 버블세븐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서초 지역도 96%를 넘었다. 강남구는 4.5%포인트, 서초구는 1.7%포인트, 송파구 0.6%포인트 올랐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상화된 보유세가 제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겠다는 종부세 본래의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종부세 신고율이 이렇게 높게 나타난 데는 무엇보다 납세자들이 ‘일단 신고 납부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불만은 있지만 버티고 세금을 끝까지 내지 않는 것보다 일단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를 자진 신고납부하지 않은 채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세액공제(3%)는 고사하고 체납에 따른 가산금이 붙어 개별납세자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진 신고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 종부세 신고 납부를 앞두고 세금폭탄론이라는 말로 종부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으나 국세청이 종부세 대상자의 통계를 발표하면서 실제 종부세를 내야 하는 개인주택 10곳 중 9곳은 다주택자가 소유한 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부세의 부담액도 50만 원 이하가 6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의 46%인 10만9000명이 100만 원 이하였다는 점도 ‘종부세 저항 불발’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없다’
그런가하면 국세청의 강경한 태도와 적극적인 홍보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조세저항 움직임에 대해 납세 거부 선동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으로 물밑으로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지만 일단 신고하면 이의신청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단 등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다며 납세자 설득에 나섰던 것이 주효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종부세에 대해 법원은 국민 일부의 재산권 보장보다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에 방점을 찍었다. 기각결정을 내린 서울 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A4용지 11쪽 분량의 장문의 결정문을 내고 종부세에 대한 판단을 상세히 제시했다. 통상 법원이 위헌제청 신청사건을 기각할 때 ‘이유 없음’이라는 식의 매우 간단한 결정문을 내놓는 것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행정14부는 종부세 부과 취소소송이 계류 중인 상태여서 이번 판단은 사실상 본 소송의 ‘답안지’를 미리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먼저 종부세법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국민 다수에게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결국 국민 대다수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지나 주택 등 부동산은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사회성과 공공성을 띠고 있어 다른 재산권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 그간 수요·공급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가격 폭등 및 투기 현상이 다른 재산에 비해 뚜렷했기 때문에 부동산에만 징벌적 과세를 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세금이 너무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누진제는 조세의 목적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누진율도 지방세와 비교할 때 그리 과중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핵심쟁점 중 하나였던 이중과세 논란도 일축했다. 종부세로 과세된 부분에 대해 재산세를 공제해주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와 지방세가 중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의 가격 상승분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아니어서 양도소득세와도 겹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RIGHT]권태욱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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