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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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오해가 많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지역개발 계획이 아닙니다.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기획단 오인택 특별자치담당관은 특별자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특별자치도는 최상위 목표인 국제자유도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타의 개발계획처럼 어디에 무슨 공장을 짓고, 또 어디에는 어떠한 시설을 구축하는 등의 청사진을 보여달라면 지금으로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오 담당관은 말한다.
제주도는 이미 2002년 제정된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돼 있다. 제주도를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자유도시법」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역간 형평성 논리 등을 이유로 규제가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권한이 각 부처에 분산돼 있어 특정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 바로 제주특별자치도다.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데 최대 장애물로 떠오른 ‘규제 완화’와 ‘핵심 산업 육성’ 이 두 가지가 제주특별자치도의 목표다.
그렇다면 특별자치도는 과연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제주도 측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먼저 발의해 시작되었고, 주민들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만큼 결코 흐지부지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B]“일종의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시 구상”[/B]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해 당선자 시절인 2003년 2월12일 전국순회토론회에서 “제주도가 먼저 분권 또는 자치권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면 제주도를 분권의 시범도, 지방자치의 시범도”로 구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지방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굉장히 수준 높은 자치도, 일종의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를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참여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해 기업도시·혁신도시 등으로 지방분권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 하에 추진되는 만큼 제주도 측은 이번이야말로 완벽한 지방자치를 이룰 수 있는 최대 기회라고 여기고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첫 결실이 지난 10월14일 정부의 확정안으로 발표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 모습을 잠시 유추해 보자.
우선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란 어떤 형태를 말하는가. 말 그대로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국가 존립에 관련되는 국방·외교·사법 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걸쳐 완벽한 자치권을 갖는 체제를 말한다. 지방 기관의 조직·인사의 자율성은 물론이고 교육자치와 경찰자치까지 실시하는 형태다. 여기에 단순한 법률 개정 건의보다 한 차원 높은 ‘법률안 제출 요청권’까지 부여함으로써 지역 정책에 관한 발의권을 준다.
[B]주민참여 대폭 확대, 주민소환제 도입[/B]
이 모든 것은 도의회의 조례 제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의회의 입법권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의회의 의정활동 역량 강화가 필요한 만큼 도의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도의회는 우선 필요 경비와 회기 운영에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의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경비의 종류와 금액을 도 조례로 결정할 수 있다. 회기 결정도 마찬가지다. 의정활동을 돕는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정수 역시 조례로 규정할 수 있고, 인사권도 도의회 의장에게 부여된다. 유급 보좌관제의 미비한 점을 보완한 가칭 ‘정책자문위원제’를 도입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주민 참여도 대폭 확대된다. 우선 주민소환제가 도입된다. 단체장·의회의원·교육감 등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유권자의 20~30%가 발의하고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로 이들을 소환할 수 있다. 이밖에 일정규모 이상의 재정·투자사업에 관한 주민투표제가 도입되고 조례 제정과 개폐 청구 요건도 완화된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정비만으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밑바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규제 완화를 통한 이상적인 자유시장경제 모델 구축과 핵심산업 육성이다.
중앙정부는 권한을 특별자치도로 대폭 이양해 제주도 스스로 특성에 맞는 규제를 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 아래 첫 단계로 제주도가 요구한 380여 건 중 350여 건의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기본계획에서 밝혔다. 또 필수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들은 2단계인 2006년 말까지 풀고, 필수규제는 특별법 통과 직후부터 전면 검토해 3년마다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제주도는 핵심산업으로 육성할 5가지 산업분야로 관광·교육·의료·첨단산업과 청정 1차산업 등을 선정했다. 우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출입국관리제도를 개선해 외국 방문객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컨벤션산업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새로운 관광업종 신설, 관광호텔 심사 등의 권한도 이양받았다.
외국 유수 대학의 분교를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강화해 현재 전국적으로 40여만 명에 이르는 조기유학 수요를 충당하고,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또 외국인 투자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규제를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완화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며 법인세 등 각종 세금 감면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산업 기반 구축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토지의 이용과 관리에서 자율성을 전면적으로 보장하고 제한적 토지수용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이러한 모든 내용은 지난 10월14일 발표한 정부의 최종 확정안에 담겨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제주도를 자치모범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지대한 관심 속에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해 왔다. 그 시작은 앞서 언급했듯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발표한 ‘지방자치 시범도’ 구상이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말 제주도가 준비한 구상을 검토해 이번에 확정안으로 발표했다.
확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정부는 공청회를 거쳐 11월 중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연내 입법을 완료한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1일부터 제주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자치가 실시된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다. 중앙정부도 재정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 의지에 맞게 각 부처가 전향적으로 양도해야 하는데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다.
애초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각종 지원금 등을 한꺼번에 묶어 주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 제주도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원래의 계산이었다. 현재 제주도의 재정수요는 약 2조 원. 전체 국가예산 가운데 약 1.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8,000억 원 정도는 지방세 등으로 자체 충당하고 나머지는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재원이 각 부처에 분산 편성돼 있어 제주도가 재량껏 쓰기 어렵다.
“정부 예산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이나마 확실히 보장해 달라”는 것이 지금 제주도의 바람이다. 아직 연방주 수준에는 많이 부족한 상태지만 현재로서는 이 정도만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도 어렵지 않게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계산이다. 예산 운용의 적절성에 대한 우려는 사업별로 예산을 집행하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통해 재정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B]“국부 창출의 전진기지 만들 터”[/B]
아쉬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완전한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려면 그에 걸맞은 체계, 즉 전 지역의 면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주도의 요구였다. 접근로가 부족하니 항공 자유화를 실시해달라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번 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 논리는 전국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국부 유출이 염려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법인세를 일원화할 경우 세수 감소가 걱정된다는 문제도 걸려 있다. 제주도 측은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도 내의 법인세 세수는 360억 원 정도로 전국 법인세의 0.15%에 불과하다. 때문에 제주 일원에 법인세를 일원화해도 정작 세수 감소는 100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전체 국세를 놓고 따지면 이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도 역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특별자치도를 이뤄내려면 무엇보다 제주 도민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전 국민의 공감대 역시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제주도의 발전이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충분한 공감대 속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제주도청 정문 근처에는 특별자치도를 반대하는 사회단체들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예를 들면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반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특별자치도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대화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 측의 설명이다.
제주도의 구상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인구나 지정학적 여건 등이 그들과 달라 과연 제대로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 역시 제도나 사회구조 등에서 그들 도시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제주도가 그들 도시를 바라보는 것은 벤치마킹을 위한 것일 뿐 제도 등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제주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별자치도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제주도는 한껏 꿈에 부풀어 있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자치도 계획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 주고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이다. 제주도민은 정서적·문화적으로 독립심이 강해 자치 역량이 그 어느 도보다 뛰어나다는 것도 자신감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시스템을 운용할 만한 역량이다. 그러려면 도의회와 공무원부터 달라져야 한다. 도민 모두 합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도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부 창출의 전진기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열심히 하겠다.”
도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의 각오다.
[RIGHT]이항복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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