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용가리샘~ 패스 패스.” “선생님 수비요!”
시골 분교 운동장이 축구에 열중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보통 시골 분교에서 축구를 하려면 전교생을 다 동원해도 한팀 채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충북 단양군 가곡면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에서는 거의 매일 점심때면 축구시합이 벌어진다.
전교생 44명, 이 중 35명이 인근 한드미마을에 농촌유학을 온 도시지역 아이들이다. 한드미는 ‘조용하고 한적한 큰 돌’을 뜻하는 말. 이름과 달리 마을은 활기가 넘친다.
“농촌에 유학 오니까 너무 좋아요. 선생님도 좋으세요. 함께 놀아주시고 아이들하고 어울려주셔서 좋아요. 방과 후에는 시도 배우고, 수영도 하고 밴드에서 기타도 쳐요.”
올해 서울에서 농촌유학을 온 5학년 안석우 군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같은 반 최현지 양도 의정부시에서 유학 왔다. 최 양은 “전에는 매일 학원만 다녀 재미가 없었는데, 엄마가 여기로 보내주셨어요. 엄마에게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
한드미마을은 농촌유학의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10년 전 60~70대 노인 3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은 2007년 한드미농촌유학센터를 설립, 초등학교 과정의 유학생을 받으면서부터 사람이 늘기 시작해 올해 45가구로 마을이 커졌다. 유학생도 첫해 12명에서 올해 35명으로
늘었다. 기숙사형태인 한드미농촌유학센터 정원은 35명. 현재 정원이 다 차 있다. 매년 수시 모집하며, 유학기간은 최소 1년이다.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은 생기를 되찾고 있다.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을 주민들이 경작한 농작물은 한창 자라날 나이인 유학생들의 식재료로 공급된다. 아이들 스스로의 변화도 크다. 집에서는 엄마만 찾던 아이도 깨워주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고, 자신의 이부자리 정리는 물론 학교 숙제와 준비물까지 척척 혼자 해낸다.
처음에는 아이를 놔두고 가는 것이 걱정이던 학부모들도 한두달 뒤 달라진 자녀들의 모습에 놀란다고 한다. 아들 하늘찬 군을 2년째 유학시키고 있는 성공회대 교육학과 하태욱(40) 외래교수는 “아들이 농촌유학을 하면서부터 자기존중감이 높아졌다”며 “도시학교 아이들은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해 자리매김 하지만 농촌학교에서는 스스로 잘하는 부분을 즐기게 되고 다른 아이와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농촌유학이라고 해서 농촌체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드미 농촌유학센터에는 8명의 남녀 생활지도 선생님들이 상주해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체험을 하고, 겨울에는 김장을 돕거나 썰매를 타고 동굴탐사를 간다. 여름에는 물놀이가 최고다. 사물놀이와 밴드합주, 인근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곤충과 식물 현장학습을 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다.
아이들이 오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학교 자체다. 한드미마을 학생들이 다니는 대곡분교는 2007년까지만 해도 전교생 8명으로 폐교위기에 몰렸지만 지금은 전학 대기자까지 있다.
김명수 분교장은 “분교는 보통 2, 3학급인데, 우리 학교는 5학급이다. 올해는 인원이 늘어나서 한 학년에 10명이 있는 경우도 있다. 교육내용도 도시학교에 손색없다. 원어민 영어교사에 미술전문교사, 체육전문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5학년 담임교사인 성민수씨는 “시골학교라고 해도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감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을 운영한다. 선행학습과 영어어휘 몇 개 더 외우는 것보다는 미래를 위한 잠재력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 한드미마을에 살던 아이들도 유학생들이 오면서 친구가 늘어나는 것을 반가워했다. 일요일이면, 유학생들은 지역 학생 집에 가서 하루종일 놀고 돌아온다고 한다. 마을과 학생, 학교와 학부모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농촌유학센터 설립 뒤에는 1998년 귀농해 마을 가꾸기에 힘써온 마을 이장 겸 농촌유학센터장 정문찬 마을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정 대표는 귀농 후 황폐해진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 이장을 맡아왔다.
4백 평 대지에 기숙사 건물 2채(4백30평방미터)를 짓고 마을에는 빈 농가를 리모델링 해 전통체험관도 만들었지만, 정 대표는 아직 시설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또 운영 면에서도 수입과 지출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냥 잠깐 타오르다가 끝나는 사업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