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동포 이임재(32)씨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회의장 운영 양자회담팀에서 행사진행요원으로 활동했다. 홍콩에서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근무 중인 그는 자원봉사인 이 일을 위해 행사 전 세 차례, 행사 때 한 차례 등 총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 한번 올 때마다 왕복 항공비와 호텔 숙식비로 나간 비용이 1백만원이 넘었으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도 이씨는 이 대가없는 일을 고국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으로 즐겁게 수행했다. 53개 참가국의 외교 전쟁터이자 각축장이었던 양자회담장에서 그는 ‘날아’다녔다. 회담 직전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 자리에 잘못 놓인 뉴질랜드 국기를 발견하고 순식간에, 그러면서도 표나지 않게 바꿔놓은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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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뛰어난 통역과 의전은 물론 시시각각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현장대응 능력을 보고 외신기자들과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가 “한국의 외교부 직원이냐”며 “프로페셔널하다”고 놀라워했을 정도였다.
이씨는 “힘들었지만 자랑스럽고 뿌듯했다”는 고국에서의 이 특별한 경험을 글로 담아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행사지원요원체험수기 공모’에 응모해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 26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거행된 시상식장에서 이씨를 만났다. 그는 “핵안보정상회의 일로 한국을 다섯번째 방문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핵안보정상회의 지원업무는 여느 국가 행사와 달리 각국의 정상들을 의전하는 일이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자원봉사자를 선발했다. 해외 거주자라도 면접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야 했고, 보안 및 안전을 위해 신원조회를 철저히 했다. 그러다 보니 이씨처럼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동포들은 뜻이 있어도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와 2010 G20 서울 정상회의, 2011 G20 칸 정상회의 등에서 행사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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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상식에는 이임재씨 외에 강두순(57·전 쌍용해운주식회사 근무)씨, 김윤주(20·한동대 2년)씨, 이선희(43·주부, 예비역 중령)씨, 이정민(27·연세대 국제대학원)씨, 김소희(20·고려대)씨 등 최우수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해 우수상과 장려상 등 총 36명의 수상자가 참석했다.
인천공항 의전팀에서 최고령 요원이었던 강두순씨는 정년퇴임 후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 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봉사한 것을 계기로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참여하게 됐다. 그는 “20대 젊은이들 중에는 스펙을 쌓기 위해 국제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연륜이 많은 이들의 대부분은 이해관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시켜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선희 언니는 우리 팀의 든든한 기둥이었어요.”(이정민씨)
“정민이는 행사 일정을 외국 정상 보좌진의 눈높이에 맞춰 꼼꼼히 설명해 줄 정도로 친절했어요.”(이선희씨)
국별의전연락관(DLO)으로 활동한 이선희씨와 이정민씨는 오랜만에 만난 자매지간인 양 반가워하며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20여 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이씨는 지난해 중령으로 예편한 후 딸 김지은(과천외고 2년) 양의 권유로 지원, 인터폴 DLO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수상 수기에서 “국가 행사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데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의전이라는 낯설지만 꼭 필요한 임무를 배우고 익혔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졸업 후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정민씨는 담당이었던 노르웨이 대표단을 가족처럼 챙겼다.
공항 영접에서부터 투숙 호텔 안내까지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예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행사가 끝난 후 노르웨이 대사로부터 ‘친절하고 진심 어린 당신의 보살핌 덕분에 정상회의 기간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다’는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여를 계기로 자신의 꿈에 한 발 다가선 젊은이도 있었다. e-리포터로 활약한 김윤주씨와 심요섭(20·한양대 관광학부 1년)씨다. 졸업 후 언론사 진출을 꿈꾸는 두 사람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익힌 국제 감각이 기자로 커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7백48명의 행사지원요원이 각 분야에서 활동했다. 이 중 1백21명이 이번 수기 공모에 응모했고, 36명이 입상했다. 조희용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개인적으로나 준비기획단 입장에서 이번 공모에 응모한 1백21명 전원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조 부단장은 “정상회의가 끝난 후 각국의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로부터 ‘이번 정상회의는 완벽하고 환상적이었다’는 내용의 편지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브라질, 일본, 동남아 등 여러 국가로부터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준비기획단은 이번 공모에 응모한 수기 1백21편을 조만간 책으로 묶어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백서>로 발간할 예정이다.
글·서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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