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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계기로 주민 갈등의 골 풀렸으면




제주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북(山北)과 산남(山南)으로 나뉜다. 산북·산남은 기후 차이가 크다. 산북은 비가 많고, 산남은 눈이 많다.

산남 지역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은 지난 2월 7일, 입춘이 지났는데도 눈 섞인 드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귀포시 중문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동쪽으로 난 ‘이어도로’를 따라 6킬로미터쯤 가니 강정마을 중앙에 위치한 사거리가 나타났다.

‘코사마트 사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해군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짓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건설사업에 대한 찬성·반대가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이 운영하는 마트가 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데, 여기에 지난 1월 사거리 공터 한 귀퉁이에 반대측 주민과 외지에서 온 반대측이 사용하는 가건물이 들어섰다. 세찬 눈바람에 마을 중심 사거리 인근 거리를 지나는 사람 모습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꽁꽁 싸맨 모습으로 가끔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 듯한 관광객 두어 명, 간간이 지나는 차량들뿐.

하지만 구호 섞인 플래카드며 깃발들의 모습에서 날씨만큼이나 스산할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마을 중심 사거리를 지나니 강정해안 일부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현장 입구가 나타났다. 29만평방미터 규모(매립 규모 20만평방미터로 총 기지 규모는 49만평방미터)의 부지는 반대측의 공사방해시위를 피하기 위해 펜스가 빙 둘러 쳐져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더욱 활발한 외부 시위세력의 물리력을 동원한 공사방해 불법 시위로 인해 공사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에 따르면 사업관련 모든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등 제반법적·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어 공사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1월 착공한 민·군복합형 해군기지의 지난해 말 현재 공정률은 16퍼센트에 불과하다. 2014년 말까지 1단계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대로라면 30퍼센트 이상 공사를 마쳤어야 한다.

요즘 공사현장 입구에서는 거의 매일 오전 11시경 해군기지건설반대미사가 열리며, 공사장 앞바다에서 카약을 이용한 해상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공사현장 입구 주변 길가에서는 사거리 인근보다도 많은 플래카드를 만날 수 있었다.

강정마을이 찬반으로 나뉘어 이웃이 원수가 되고, 가족이 남남으로 돌아선 상황이 된 발단에는 2007년 유치 과정이 자리잡고 있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의 류즙희 부단장은 지난 2005년부터 제주해군기지사업을 담당해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유치 결정과 번복 등 총회를 둘러싼 그간의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2007년 4월 7차례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마을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뒤 반대측 주민들은 ▲임시총회에서 거수표결을 했다 ▲참가주민 수가 적어 대표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4개월 만에 대규모 마을총회를 열어 유치 결정을 뒤집었다.

류 부단장은 “내막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정마을 향약은 마을 주민 50명 이상이 모인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은 마을의 결정으로 인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모임에 1백명도 안 되는 주민이 참석했어도 향약에 의거 결정한 사항이 인정된 겁니다.

또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당시 제주도민의 여론도 강정마을 유치에 찬성했기에 제주도의 제안에 따라 국책사업인 해군기지건설이 결정된 것입니다.”

그는 당시 실시된 여론조사의 경우 제주도민 1천명, 강정마을이 포함된 대천동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제주도민의 경우 과반수가 넘는 54퍼센트가 찬성해서 제주도에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안덕면(화순리 포함), 남원읍(위미리 포함)보다 대천동이 압도적으로 찬성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제주도가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선택한 것입니다. 대천동과 강정마을의 인구를 고려해본다면 적어도 3~4가구 중 1가구가 여론조사에 참가함으로써 주민의사가 정확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 부단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해 “정말 백지처럼 순수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토지보상과정만 봐도 다른 곳에서 흔한 ‘보상금 부풀리기’도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순수했기 때문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마을에 집창촌이 생긴다. 마을 사람 모두 쫓겨난다’는 등의 소문에 큰 두려움을 느꼈고, 임시총회의 결정을 뒤집은 마을총회에 참석하게 된 겁니다.”

몇 년째 이어진 찬반 논쟁으로 인한 이웃과 가족 간의 반목과 불화, 연일 울려대는 사이렌과 확성기 소리, 불법시위에 따른 연행과 체포 등으로 인해 찬반을 막론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강정마을에서 반대 목소리만 크게 들리는 것은 찬성하는 분들이 조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류 부단장은 설명했다. 류 부단장은 “반대측 주민들은 외부에서 온 반대측 인사들의 지원을 받아 논리가 정립되어 있는데, 찬성측 주민들은 일부 해코지를 당하는 일들이 발생하니 대놓고 찬성하는 이들이 적다”고 했다.

“물론 반대측 주민들도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어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입니다. 해군가족은 이곳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기에 반대측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 제기와 각종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단계씩 과정을 거치느라 지금까지 7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던 2007년 마을임시총회 개최 당시 마을회장이었던 윤태정(57) 강정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솔직히 이렇게 마을이 갈라지고, 오래 끌 줄 알았다면 유치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 날로 생기를 잃어가는 지역경제를 살려보자고 시작한 일인데, 돈 받고 유치결정을 이끌었다는 의심을 받고 ‘마을 팔아먹은 놈’ 등 온갖 비방을 들어야 했습니다.”

행정동으론 대천1동인 강정마을은 지난 1월말 현재 7백22세대 1천8백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3백78명(20퍼센트)으로 전체 대천동의 고령화율(14퍼센트)보다 높다.

아이들이 줄어드니 사거리 즈음에 위치한 강정초등학교는 폐교 직전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와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아이들이 늘어날 것에 기대를 걸고 분교로의 축소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최근 제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설계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놓고 지난 1월 26일부터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15만톤급 크루즈선 입출항 가능 여부를 점검 중이다.

윤 회장은 “이번 검증으로 논란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제부터라도 지연된 공사 속도를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란 강정마을 주민들의 희망이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반면 반대 주민의 대표격인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총리실의 검증위 활동에 대해 “합당하다는 결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15만톤급 크루즈가 드나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입지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국민 사기극’”이란 입장이 여전했다.




어찌 보면 찬성과 반대가 접점으로 수렴하지 못하는 듯도 하지만, 작은 변화들도 감지됐다. 얼마 전부터 강정마을 주민들이 적어도 같은 성(姓)씨끼리는 비방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리실의 검증 결과가 제주해군기지사업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소모적인 갈등을 접고 강정마을의 모든 주민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녹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를 군항 건설 사상 처음으로 민·군복합항 형태로 건설하고 있으며, 강정마을 일대에 대한 다양한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는 물론 지역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정마을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 제주해군기지와 함께 상생과 발전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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