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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습 추정 사진으로 장기실종아동 찾는다







 

1973년 당시 네 살이던 이정훈 군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골목에서 엄마가 잠시 아빠를 배웅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이후 어머니 전길자 씨는 어린 아들의 사진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 사이 36년이 흘렀다. 꽃다운 새댁이었던 어머니는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어딘가 살아 있다면 마흔 살이 돼 있을 사진 속 아들은 여전히 네 살 때 모습 그대로다. 어머니 전 씨는 지금도 아들을 찾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전국을 돌며 전단지를 뿌리고 있다.
 

1995년 네 살이던 조하늘 양 역시 지금은 18세 청소년으로 성장했겠지만, 전단지 사진은 여전히 네 살에서 멈춰 있다. 다른 장기실종아동들의 전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 장기실종아동을 둔 부모들에게 실낱같은 새 희망이 생겼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1월 2일 미국 전미실종아동센터(NCMEC)의 얼굴변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장기실종아동 7명의 현재 모습을 추정한 종합수배전단을 전국 경찰서 및 관련 단체에 배포했다. 부모 동의하에 만들어진 현재 모습은 장기실종아동의 신체·외형적 특성과 가족의 과거·현재 사진 등을 종합해 재구성한 것이다.
 

경찰이 얼굴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롭게 제작한 종합수배전단에는 이정훈 군과 조하늘 양을 비롯해 1996년 서울 중구에서 실종된 박순영(여·당시 6세) 양, 2001년 강동구에서 실종된 김륜아(여·당시 4세) 양, 2000년 중랑구에서 실종된 최준원(여·당시 6세) 양, 2002년 광진구에서 실종된 최재혁(당시 2세) 군, 1999년 강동구에서 실종된 유준호(당시 3세) 군 등의 현재 모습이 담겨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얼굴변환 프로그램은 포토샵을 활용해 장기실종아동의 나이에 따른 얼굴 변화 모습을 추정하는 기술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지난 5월부터 5개월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실종아동의 실종 당시 사진과 부모 형제의 성장에 따른 모습 변화를 종합함으로써 이번 재구성 사진을 얻었다.
 

이 사진들은 부모와의 상담에서 얻은 실종아동의 얼굴 특징, 누구와 닮았는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얼굴변환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현재 18세 된 실종아동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면 어머니의 18세 사진이 많이 고려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이영실 경사는 “실종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장기실종아동의 경우, 실종 당시 사진으로는 수사나 수색에 어려움이 있어 현재 모습을 추정한 전단지를 제작하게 됐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 경사는 이어 “장기실종아동을 둔 부모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상담 과정에서도 과거 아이의 모습과 특징, 당시 상황 등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모습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가족들의 아픈 현실을 전했다.
 

장기실종아동 조하늘 양의 아버지 조병세 씨는 “1백 퍼센트 하늘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놓고 찾아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더 생긴다면 우리로서는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접수되는 어린이 실종신고는 7천여 건에 달한다. 이 중 99퍼센트가 부모 품에 안전하게 돌아가지만 일부 어린이는 장기실종아동으로 남는다.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김미애 팀장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48시간 이상 지난 어린이들을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한다. 장기실종아동도 일주일 안에 대부분 찾을 수 있지만 몇몇 어린이들은 실종 상태가 길어져 장기실종아동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장기실종아동은 약 2백20여 명. 그중에는 실종기간이 1~5년 된 장기실종아동이 가장 많다. 아이가 사라지고 나면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당연히 아이들의 부모다. 이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를 가까이서 지켜본 김 팀장은 “숨만 쉴 뿐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실종되면 가장을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생계를 뒤로하고 아이 찾기에 전념하게 된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빈곤이 가속화되며 온 가족이 고통을 받는다. 경제적 고통보다 더욱 심한 것은 마음의 고통이다. 밥상을 대할 때, 집을 나서고 들어올 때, 길을 걷다 또래 아이를 만날 때, 매 순간 ‘아이가 없다’는 생각이 새롭게 각인되며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는 말 그대로 심장을 후벼 파는 고통이다.
 

그렇다면 장기실종아동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 팀장은 “최근에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정식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다면 대부분 찾을 수 있다. 미인가 보호소라고 해도 경찰에서 대부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스템에 걸리지 않는 구멍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이 말한 ‘구멍’이란 부모를 잃어버려 울고 있는 아이를 자기 멋대로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해 ‘좋은 일 한다’는 생각으로 서너 명씩 임의로 데려다 키우거나, 심지어 남에게 맡기는 경우다.
 

이렇게 실종된 아이들은 일일이 수소문하는 것 외에는 찾을 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장기실종은 아동학대, 입양 등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어린이 문제와 달리 그 수가 적고 접근방법이 난해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지 않아 부모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김미애 팀장은 “지금은 길 잃은 아이를 지구대에만 인계한다면 1백 퍼센트 찾을 수 있다. 아이를 지구대가 아닌 다른 곳에 임의로 인계하는 모든 행위는 대형 범죄행위임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실종아동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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