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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 안정적 관리에 초점 맞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김진표 원내대표 등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와 가진 회담에서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현재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러시아 정상들과 통화를 했고, 4강 국가와 잘 소통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 북한이 안정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의 소통 문제와 관련, “새해 초 중국에 첫 국빈방문을 할 예정”이라면서 “북한과 관련해 우리와 중국은 소통이 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하겠다. 정부가 적절히 대응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의에서 김위원장 사망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국가정보원 등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의원들의 해임 요구에 대해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을 해임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북한이 폐쇄적 사회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 개인의 안위에 관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다만 이번 사태를 국방부,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정보 취득·분석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발표 이후 지속해 온 비상 모드에서 벗어나 지난 22일부터 전체적인 청와대 업무를 평시 체제로 전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108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정 정상화를 알렸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19일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이후 계속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는데다 과도하게 청와대가 긴장하는 모습을 이어가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부터 정상 업무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금년 한해 동안 생필품값 때문에 국민 모두가 고통을 많이 받았다”면서 “설날까지 물가를 특별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유가 및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23일부터 부처별 새해 업무보고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는 “국민들의 일상적 경제활동을 챙기는 등 대통령 본연의 임무를 재개하면서도 혹시라도 발생할 북한발 불안 요소 역시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대비, 이미 지난해 말 ‘대응 매뉴얼’을 마련, 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의 대응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에는 초기부터 침착하게 체계적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여야 모두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낮 12시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매뉴얼에 따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고 전군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했다. 또 정부와 재외공관들도 비상근무 체제로 곧바로 전환했다. 이날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도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의 대응 기조를 안정적 상황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고 권력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북한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어 자칫 사소한 사건이 한반도를 위기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 대형 악재로 변질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이번 상황을 북한 붕괴로 간주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우리로서는 북한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북한의 후계구도나 정치가 김정일 사망이라는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올라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북한 권력구도가 안정되면 남북구도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2월 19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상국무회의 등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요지는 상중(喪中)인 북한에 대해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하는 것이다.

우선 최전방 세 곳에 설치키로 했던 성탄트리 등탑(종교탑)의 점등(點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 20일 “정부 차원에서 등탑 점등을 유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군 선교연합회와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이를 통보했다”면서 “이에 대해 두 단체로부터 정부결정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평상시대로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측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2월 19일 근로자들을 조기 퇴근시키면서도 “내일도 정상 출근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우리 정부가 ‘비정상적’ 상황을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개성공단 등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만나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분들의 안전조치를 잘 취해서 지장없이 경제활동을 잘해 나가고 있다”면서 “평양 민간부문 지원단 10명과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팀 13명도 안전하게 귀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조문 방북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안정적 상황관리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 조문에 대한 답례’라는 특수 사정을 조건으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만 허용한 것이다.

이를 제외한 민간 단체와 개인의 방북 조문은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조문 또는 조의를 주장하는 진보 측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측, 조문·조의 불허에 따른 북한 자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는 중국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동일한 입장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를 만나고 23일 돌아온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이 우리 정부가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관련 담화문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공식 입장과 대책을 정리, 담화문 형태로 발표했다. 담화문은 정부차원의 위로, 조속한 안정, 남북의 번영과 평화유지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임 본부장은 세부적인 사항보다도 전체적인 큰 그림을 함께 그렸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는 “독일의 통일과 같은 외교적 급변상황을 되짚어보면, 큰 그림을 확실히 하면 상황이 잘 전개됐다”며 “지금은 아무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만큼, 앞으로 어떤 상황이라도 예단하거나 속박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재개 흐름은 애도기간이 끝난 후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과 중국은 이번 주 서울에서 고위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정일 사후 대북정책 공조방안과 북핵 6자회담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된다. 양국은 새해 1월 이 대통령의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전군은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위기조치반 및 작전부서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경계태세 강화방안을 논의한 뒤 비상경계태세 강화조치를 하달했다.

합참은 현재 전방지역의 북한군이나 북·중 국경지대에서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휴가와 여행 등이 엄격히 제한되며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전체 재외공관에 비상대기체제에 돌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국론분열”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최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상황 등을 설명하고, 종교계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의 환담에서 “올해 잘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며 “(우리 사회가 국론분열 없이)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온 세계가 (김 위원장 사망을) 동시에 알았다”면서 “(미국, 일본, 러시아, 유엔 등) 4개국과 연락했고, 정상들을 통해 들어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알았더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도 잘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도록,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참석자들은 북한체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적극 노력하면 오히려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글·오동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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