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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일본에서 조선왕실의궤 5책 환국




이번엔 ‘90여 년 만의 귀환’이다. 그것도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를 안겨주었던 일본에서의 귀환이다.

지난 1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의궤 등 조선왕실도서 5책을 직접 반환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제 강점기 수탈 도서의 반환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 노다 총리가 가져온 5책의 도서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들의 시문집인 <열성어제> 중 정조 편인 <정묘어제(正廟御製)> 2책과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와 황제 즉위 과정을 담은 <대례의궤(大禮儀軌)>, 순종이 왕세자 시절 순명황후 민씨와 올린 결혼식을 기록한 <왕세자가례도감의궤(王世子嘉禮都監儀軌)> 2책 등 3종이다. 원래는 <정묘어제> 대신 <홍재전서> 2권이 먼저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동되었다.

노다 총리는 “나머지 도서도 적절한 시기에 인도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나머지 도서 1천2백 책은 늦어도 11월 중 반환되도록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반환 대상 도서에는 조선왕실의궤 81종 1백67책과 1906년부터 1909년 사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반출한 77종 1천28책 중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반환된 11종 90권을 제외한 66종 9백38책이 포함됐다.




조선왕실의궤가 완전히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4년여 반환운동의 결과다. 일제 강점기이던 1922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의궤’를 빼돌려 일왕궁에 바쳤다. 오대산 월정사 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의궤는 이후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치욕적인 역사를 품은 채 일본 궁내청에 숨겨져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2001년께 우리나라 서지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도서의 존재만 알렸을 뿐 반환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학자들은 ‘조선총독부의 합법적인 기증’이라며 반환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던 2006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와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가 주축이 되어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의 반환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도쿄대는 타당성을 인정하고 학술교류란 취지에서 실록 47책을 서울대에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2006년 9월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계와 시민단체들이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를 꾸려 반환운동을 시작했다.

2010년은 경술국치 1백년을 맞는 해이기에 의궤 반환 문제가 한·일간 외교현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었다.


또한 유네스코가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통해 “외국 군대에 의한 일국의 점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의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한 부분도 환수운동을 전개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되었다.

결국 4년의 반환운동 끝에 2010년 간 나오토 총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1천2백5책의 궁내청 도서를 한국으로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조선왕실의궤가 완전히 반환될 예정이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귀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평창군, 월정사 등은 의궤와 실록이 원래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는 유네스코의 협약과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환국하는 의궤와 이미 돌아온 실록은 모두 오대산 사고본이다. 당연히 의궤가 원래 보관되었던 곳으로 돌아와야 완전한 반환이 이루어진다는 의견이다.

반면 의궤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귀향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이에 대해 최명희 강릉시장은 “의궤 등이 중앙의 박물관에 소장된다면 수많은 유물 중의 하나로 의미가 축소돼 그 가치를 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래 있던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 의궤 등의 가치를 발할 수 있도록 박물관을 만들어 전시 교육하면 의궤와 실록은 오대산의 단 하나의 기록문화재로 큰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지역 관광자원 개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글·손수원 기자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보고서 형식의 책을 말한다.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으로 불리며 2007년 6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의궤’는 의식(儀式)과 궤범(軌範)을 결합한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의궤는 왕이 열람하기 위한 ‘어람용’과 보관을 위한 ‘분상용’ 등이 있는데, 지난 6월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조선왕실의궤가 어람용이고, 이번에 일본에서 반환된 조선왕실의궤 오대산본은 대부분 강원도 월정사의 오대산 사고에 있던 분상용이다.

책(冊) 종이를 하나로 묶은 것을 세는 형태상 단위.
권(卷) 주로 고서에서 책을 내용에 따라 구분하는 단위.
예컨대 ‘목민심서는 48권 16책으로 되어 있다’는 말은 ‘48가지의 내용을 16개의 책에 담았다’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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