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심장 종양 후유증으로 심근이 손상된 김모(42) 씨. 종합병원에 심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해 놓았지만, 언제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을지 초조하기만 하다. 뇌사 기증자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생전에 장기기증을 신청했던 뇌사자라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장기기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김 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지난 5월 12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본인이 사망 전 장기기증을 신청했다면, 가족이나 유족의 동의 없이도 기증이 가능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망자가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유족이 장기 적출을 명시적으로 거부할 경우에는 장기기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본인 의사에 반해 장기기증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돼왔다.
뇌사자 또는 사망자가 사전에 장기기증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유족의 의사에 따른 장기기증 조건도 완화된다. 현행법으로는 장기기증 동의를 가족 또는 유족 선순위자 두 명에게 받아야 하지만 개선안은 선순위자 한 명만 동의해도 기증이 가능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뇌사자를 찾아 장기기증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뇌사추정 환자 신고제도가 그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연간 뇌사추정 환자는 약 5천명. 하지만 의료기관의 신고 실적은 지난해 3백91명에 불과했다. 이에 뇌사추정 환자의 별도 신고와 조사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아울러 뇌사판정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의 6~10명(전문의 3명 포함)에서 4~6명(전문의 2명 포함)으로 축소해 위원회 소집에 걸리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뇌사자의 장기를 손상 전에 신속히 이식할 수 있도록 했다.
개선안은 또한 정부, 대한적십자사, 의료기관 등이 맡아온 장기이식 대기자 등록 및 관리 창구를 의료기관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식 대기자 등록 및 신체검사가 전문성을 요하는 데다 알선, 소개 등 불법행위가 개입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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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국내 장기기증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백56명. 2000년의 52명에 비하면 5배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 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백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3.1명으로 스페인의 35.1명, 미국 25.5명 등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공공의료과 이표희 사무관은 “장기기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신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라고 지적하며 “유족들을 포함해 국민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김정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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