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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에 막혔던 한강 하구 40년만에 시민 품으로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주말 오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자유로를 따라 한강변 드라이브에 나섰던 K 씨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삭막한 풍경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그 위에 떠있는 유람선과 맑고 푸른 하늘빛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평화롭던 풍경은 일산대교를 지나면서 갑자기 살벌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일산대교에서 행주대교에 이르는 한강변에 둘러쳐진 철책선 때문이다. 철책선뿐 아니라 무장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은 여유로운 한강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빠, 저 철조망은 왜 있어?”라고 묻는 아들의 질문에 K 씨는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경기 김포시와 고양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은 남북 간 대치가 첨예했던 1970년대에 무장공비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군 경계시설이라 민간인의 출입 역시 제한돼왔다. 시민들이 이곳 한강변을 산책하거나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 철책선에 가로막혀 지금까지 한강 조망권과 한강 주변의 생활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곧 철조망에 가로막혀 있던 한강변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인 경기도, 김포시, 고양시가 한강 하구 철책선을 일부 제거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이에 따라 행주대교에서 일산대교에 이르는 12.9㎞ 구간의 철책은 2010년 5월부터 철거를 시작해 같은 해 말이면 사라지게 된다.

한강 하구가 40년 만에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면 한강 하류 일대 도시 미관이 크게 개선되고,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도 확충될 전망이다. 한강유역환경청 임호균 환경주사보는 이미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상이 세워져 있다고 했다.

“한강 하구의 철책선 철거는 주민들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철책선이 없어지면 한강둔치 공원들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듯이 고양, 김포 인근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한강이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인위적인 모습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모티프로 새로운 생태탐방지의 전형을 만들어냄으로써 한강 하구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철책선이 제거되는 지역에는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인 장항습지도 포함돼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람사르총회 이후 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이번 철책선 제거 지역에 포함된 한강 하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습지의 가치를 홍보할 계획이다.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전춘식 과장은 “한강 하구 장항습지 개방을 통해 습지에 대한 인식을 높여 친환경적 국민의식이 한층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장항습지는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를 비롯해 고라니, 큰기러기 등 희귀 철새의 보금자리이며 특히 10km 가까이 펼쳐진 버드나무 군락지는 이곳의 명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4대강 중 유일하게 하구언이 없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풍부한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강유역환경청은 그간 일반인 출입이 제한돼온 장항습지가 개방되면 탐방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에코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에코투어 프로그램은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된 인원을 탐방객으로 모집해 전문습지해설사를 동반해 관람하는 생태탐방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장항습지뿐 아니라 최근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등 자연환경이 우수하게 보전된 지역, 비무장지대(DMZ) 군사시설 등 특색 있는 인근 지역과 연계하는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고양시 등 해당 지자체, 관할 군부대, 환경단체 등과도 협조해나갈 예정이다.

장항습지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야생동식물 보호 및 습지 보전이 어렵다는 환경단체의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한강유역환경청은 기존 철책선을 자연보호용 울타리로 재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전춘식 과장의 말이다.

“생태계 보전과 개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뤄내느냐 하는 것이 한강 하구 개발의 주된 화두가 될 것입니다. 군사 철책선은 역설적으로 인간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해준 보호막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철책선이 거두어졌다고 해서 개발만 추구한다면 생태계 보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지자체의 요구 또한 엄연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한강유역환경청은 장항습지 주변의 8km에 이르는 철책선을 생태계 보호를 위한 울타리로 재활용함으로써 환경보전에 힘쓰고 친환경적인 탐방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민들의 두 가지 요구를 지혜롭게 추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0년간 시민과 한강 사이를 가로막던 철책선이 사라진 한강 하구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안소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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