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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이디어로 시작되는 경차택시


야근을 마치고 새벽에 택시로 귀가한 ‘알뜰해’ 씨는 1만 원이 넘는 택시 요금에 한숨부터 나온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길이 막혀 평소보다 20%가량 더 나온 탓도 있지만 야근 때마다 항상 혼자서 타고 오는 택시 요금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실속파’ 씨도 마찬가지다. 백미러를 통해 승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 ‘차라리 연료가 적게 들고 요금도 싼 경차택시가 있다면 자신이나 승객 모두에게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두 사람의 바람대로 기존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한 1000㏄ 미만 경차택시가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가 현재 1500cc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 소형택시 기준을 세분화해 원하는 사업자는 1000cc 미만의 경차택시를 운행하도록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월까지 현행 소형(1500cc 미만), 중형(1500~2000cc), 대형(2000cc 이상), 고급(3000cc 이상)으로만 구분돼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경차택시 도입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서민들의 택시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형(전체 택시의 97.6%) 및 대형택시만 운행되다 보니 경차택시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서울의 한 택시회사가 2000cc급 중형택시를 1600cc 준중형급 택시로 모두 바꾼 결과 이전보다 연료 소비량이 30%나 줄었다는 사례가 있다. 소형택시 연비가 이 정도라면 경차택시가 운행될 경우 50%까지 연료 소비가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경차택시는 차량 구입가격도 중형차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택시회사로서는 이래저래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요금도 저렴하고 에너지도 절약
승객들도 택시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형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한 경차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혼자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경차택시가 더욱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권영민(50·서울 노원구) 씨는 “20 00cc급 중형택시는 요금도 요금이지만 혼자 타기엔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차택시가 도입되면 이용자는 요금을 아끼고,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도 줄이게 되므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다.

[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특히 경차택시 도입은 관료들의 탁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공감 국민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나온 제안이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정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경차택시 운행의 걸림돌이던 LPG경차 개발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LPG를 사용하는 ‘모닝 LPI’의 출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화를 위해서는 영업용으로서의 경제성 평가와 함께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LPG경차 개발이 뒤를 이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밖에도 경차택시가 실제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승객이 모두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요금이 책정돼야 한다. 승객으로서는 기존 중형택시에 비해 좁고 승차감도 떨어지는 경차택시를 선택할 경제적 이점이 없다면 경차택시 도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차택시의 성공 여부는 요금 책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김남균 사무관은 “택시 요금 책정은 시도 지자체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요금이 경차택시의 성패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요금을 산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택시업계의 근무조건을 고치지 않으면, 절대로 경차택시의 활성화는 성공할 수 없다. 보통 하루 12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에게는 하루 종일 운행하는 차량을 2000cc 중형승용차에서 1000cc 이하 경차로 바꾸는 것은 엄청나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경차택시 도입이 성공하려면 차량구입비 절감, 연료비 감소로 발생하는 추가 이윤이 택시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데 반영돼야 한다. 경차택시의 사납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경차택시에 한해 하루 3교대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박전우 사무관은 “경차택시가 실제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대 요금이나 택시 사업자의 요구 등 시장에서의 수요가 전제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시장 수요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며 “정부로서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규제를 푼다는 것이지 경차택시 도입을 강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택시가 선보이는 것을 막아온 각종 규제합리화를 통해 시장의 요구만 있다면 경차택시뿐만 아니라 브랜드 택시, 여성전용 택시 등 다양한 택시가 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 듯하다. 

글·이형구 이코노믹 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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