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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야기, 게임 시나리오가 뜬다




1980년대 문학청년들이 단편소설 공모를 통해 ‘필력(筆力)’을 자랑했다면, 1990년대엔 영화시나리오 공모가, 2000년 이후엔 게임시나리오 공모가 그들의 무대가 됐다. 21세기 세상이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서 디지털과 이야기를 접목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기술을 표현 수단이나 매체 환경으로 받아들인 이야기 예술로 게임, 영화, 광고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분야가 온라인 게임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대표격인 게임시나리오는 게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만큼 비중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발표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 보고서에서 2012년까지 총 252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게임 분야는 IT(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분야를 지원한다.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다음과 같다. 게임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사람, 디지털 스토리텔링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자.
 

게임 시나리오 및 인디 게임 공모전 지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을 연 1회, ‘인디 게임 공모전’을 연 5회(3·5·7·9·11월) 개최한다. 단순히 공모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업체 등과 연계해 우수 시나리오의 경우 게임 제작 기회를 부여한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피그캔을 돌려라, 한글퍼즐’은 2007년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 입상작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게임 소재 공모전’도 신설한다. 게임 기획이나 시나리오 제작 등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강한 만화가협회, 작가협회 등과 연계해 진행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이와 같은 공모전 정보는 한국게임산업진흥원 홈페이지(www.kogia.or.kr)를 통해 제공된다.  
 

게임 소재 거래소(Wiki-web bank) 구축 및 운영
앞서 설명한 다양한 공모전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라면, 게임 소재 거래소의 구축 및 운영은 게임업체 및 관련 인력이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발전하도록 돕는 ‘간접적인’ 지원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소재 거래소는 게임 이용자 및 관련 전문가들이 본인의 시나리오와 게임 소재 등을 업로드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거래 사이트. 단순히 공유하는 것을 넘어 게임 제작업체들과의 제휴 등도 지원한다. 또 영어 등 외국어로 서비스함으로써 해외의 게임 이용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국내 게임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게임 관련 뉴스는 물론 각종 공모전 정보, 국내외 연구보고서 등 게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포털’ 역할도 한다. 게임 소개 거래소는 올해 말 1차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스토리텔링 관련 고등인력 양성
2009년 처음으로 게임 관련 학·석사 통합과정이 만들어진다. 국내 대학(3년 6개월)과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산하 게임아카데미(6개월), 해외 대학(1년 6개월 또는 2년)을 연계해 6년 과정의 학·석사 통합과정을 신설한다. 이 가운데 게임 시나리오 제작 부문에 대해서도 특화된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매년 40명씩 신입생을 모집한다.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문의 02-540-8190

글·이지은 기자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의 선구자 이인화 교수
“국문학 미래,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있습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소설 ‘영원한 제국’으로 널리 알려진 이인화(43)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의 프로필은 2003년을 기준으로 확연히 달라진다. 2003년 이전엔 소설가, 평론가, 교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후엔 게임 시나리오 작가,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가로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무엇이 그를 ‘아날로그 작가’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러’로 바꿔놓았을까?

이 교수는 “2003년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만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360도 회전하는 전면 3D 환경에, 현실만큼이나 얽히고설킨 가상세계의 매력에 폭 빠진 그는 “한때 무려 42시간 동안 게임만 한 적이 있고, 퇴행성 관절염을 앓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도 나섰다. 2003년과 2005년 출시된 온라인 게임 ‘쉔무’와 ‘길드워’가 그의 작품. 2006년에는 영흥에너지파크 전시관 스토리텔링 ‘뚜뚜의 모험’을 만들었고, 2008년 9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가상세계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 육성사업’ 연구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이 교수는 국내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 분야의 1인자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5일 이화여대 디지털 스토리텔링연구소에서 만난 이 교수는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 ‘아이온’을 즐기느라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허허 웃었다. 그는 “이젠 기술과 매체가 융합된 디지털 환경에서 작가의 꿈을 키워야 한다”면서 “국문학의 미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처음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했던 2003년에서 6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초창기에는 온라인 게임에서 시나리오, 즉 스토리텔링 분야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대전(對戰) 중심의 온라인 게임이 강세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2005년 1월 스토리가 전면으로 부각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되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본질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1세대 온라인 게임들이 종결을 고하고, 스토리 기반 세계에서 이야기를 통해 승부하는 시대가 열린 거죠. 2008년 최고 화제작인 엔씨소프트의 ‘아이온’도 철저히 이야기 위주로 구성됐습니다. 한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이야기를 거쳐야 하죠. 스토리가 강조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영화가 기록 매체였다가 이야기 매체로 갔듯이, 게임 역시 기술 효과의 매체였다가 이야기 매체로 가게 될 것입니다.”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창작과 게임 시나리오 창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게임 스토리는 일반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소임은 사용자의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것이죠. 디지털 환경 하에서는 사용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완성되는 이야기가 대세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국문학의 미래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게임에만 국한돼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게임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 예일 뿐입니다. 디지털로 구현되는 ‘가상세계’의 모든 것에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면 미래의 집에는 아무 장식이 없을 것입니다. 벽면을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때문이죠.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도 하고, 쇼핑도 하고, 말 타고 초원을 달릴 수도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는 이야기가 바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죠. 게임뿐 아니라 교육, 보안, 보건, 비즈니스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관련 프로젝트가 2008년에만 16건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게임 산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지원책도 내놓고 있고요. 이런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게임업체 등 관련 업계가 자발적으로 인력을 개발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간접 지원’ 형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교육과 연구, 비즈니스가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좋고요. 무엇보다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및 사회 전반의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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