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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규제 ‘ 밑바닥 경쟁력’ 자초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도한 규제 완화가 미국식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통합법’ 원점 재검토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회에서는 여당마저 나서 자통법 시행을 늦추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이 앞으로 금융 경쟁력 확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실패를 교훈 삼아 시스템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학생으로 비유하면 미국은 대학원생이고 한국은 초등학생”이라며 “대학생이 실패했다고 해서 초등학생보고 고등학생이 되지 말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된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여전히 밑바닥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조사 대상 134개국 가운데 2008년 한국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37위에 그쳤다. 2007년 27위에 비해 10계단이나 내려섰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종 후진적인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명시적인 금융 규제만 816건에 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재확인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교통사고 원인이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 때문일 수 있지만 운전 과실, 잘못된 교통신호체계, 과속을 막지 못한 교통경찰관의 책임일 수도 있으므로 원인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므로 규제 완화를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도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니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주식시장이 해외 이슈에 과민 반응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과민 반응한 것”이라며 “선진국은 규제를 120%로 풀었지만 우리는 아직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의지를 담아 지난 한 해 규제 완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4차례에 걸쳐 비명시적 규제를 포함한 모든 금융규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또 금융권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규제개선 수요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규제개혁심사단을 구성해 7월 초까지 106개의 규제를 완화했고 16개 규제를 폐지했다. 이후 통계는 집계 중이다. 이때까지 완화된 대표적인 규제는 ‘진입관련 인허가 요건 및 절차’다. 금융투자업으로 새로 등록하려는 금융회사가 갖춰야 할 불필요한 조건을 없앴고 인가 기간을 대폭 줄여줬다.

또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영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 및 업무범위를 확대했고, 은행의 해외 진출 때 사전협의를 강제하던 것에서 사후보고로 개선하는 등 해외진출 관련 규제를 개선했다.

중소기업 및 소규모 금융회사의 부담을 완화한 사례도 있다.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자산 7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축소했으며, 비상장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 의무를 면제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대기업 계열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한도를 10%에서 30%로 확대했고, 자산운용사의 계열회사 발행주식 투자에 대한 한도를 개선했다. 소비자 편의 증진을 위한 규제 완화 사례도 있다. 증권사와 신용카드사가 제휴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 CMA계좌와 신용카드를 한 개의 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신용카드 결제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금융소외계층 배려한 규제합리화도 추진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는 비명시적 규제도 해제했다. 신규 펀드 설정 때 펀드 위험구조 등에 대해 회사 준법감시인의 검토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라는 판정을 받았고 심사 결과 폐지됐다. 이밖에 금융 소외계층의 제도 금융권 이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사례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선 금융회사 설립과 관련해 기존의 ‘제한적 허용’에서 ‘원칙적인 자유 허용’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유롭게 금융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시스템 위험은 감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금융상품판매법을 제정해 금융회사들이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을 다룰 수 있도록 해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며 개선방안을 마련해 2009년 말까지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각종 여신전문업체들을 하나로 관리하는 소비자금융업법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여신전문업체들의 영업 자유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감독 행태 개선도 주목할 사항. 기존의 불투명한 감독 행태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행정지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모범규준 마련은 원칙적으로 업계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또 경영컨설팅 제도를 통해 사전적인 검사 서비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일련의 노력이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산업의 외형과 내실화를 동시에 추구해 5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중진국, 10년 내 OECD 금융선진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금융위 측은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 개선, 기업부담 경감, 감독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인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박유연 매일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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