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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우여곡절 끝에 한·미FTA가 타결되었다. 방송과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연일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결정을 한 정부에 대한 칭찬뿐 아니라 향후 발전할 우리 경제의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고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생소한 전문 용어 탓에 한·미 FTA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용어를 간단히 정리했다.

양허
개방이 단지 시장을 여는 것이라면 ‘양허’는 개방 이후 개방 수준을 낮추거나 규제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구속력이 있다는 뜻이다. FTA 협상은 양허와 유보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양허관세를 적용하면 관세는 기준치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상품인 쌀은 이번 협정의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스냅백
‘스냅백’은 자동차 분쟁해결 절차의 협정을 위반했을 때 관세혜택을 없애고 제자리로 돌려 기존에 양허한 내용을 무위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한·미 FTA협상단은 분쟁해결 절차의 마지막으로 한쪽이 협정을 위반했을 때 어떤 형태의 보복을 하게 돼 있는데, 보복 방법을 다른 곳에서 찾기 이전에 양허한 관세를 취소하는 것이다. 협정 위반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강화한 분쟁해결제도로 양국이 상호주의적으로 적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한국에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빌트인(Built-in)
협상 타결이 안 되는 쟁점을 다음 협상 의제로 넘겨 다시 논의하는 방식을 말한다. 협정문에 이 규정을 넣으면 적절한 시점에 가서 양국이 다시 협상할 수 있다. 협상을 깰 만한 쟁점을 추후에 논의함으로써 덜 주고 덜 받는 낮은 수준으로 타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원래 빌트인 방식으로 이후에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만들어 한반도 비핵화 등 조건이 충족되면 남북경협지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실현되면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섬유, 신발, 가방 등의 제품이 미국에서도 관세혜택을 받게 되어 국익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얀포워드(Yarn Forward-원사기준)
최종 제품이 직물 또는 의류인 경우 상대국, 즉 한국에서 생산된 원사로 직물을 짜고 의류를 만들어야 무관세 혜택을 준다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에서 수입한 원사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예외가 인정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우리 업체에 대한 미국의 조사권을 인정하고 우회수출방지에 협력하기로 약속한다는 조건으로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인 린넨과 여성재킷, 남성셔츠 등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계절관세
주로 농산물에 적용되는 관세로, 어떤 농산물의 수확기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의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또 국내 농산물 가격의 적정 수준 유지를 위해 계절적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 면세나 감세 등을 실시하는 등의 관세정책도 넓은 의미의 계절관세로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협정에서 계절관세의 적용을 받는 품목은 오렌지가 대표적이다. 오렌지는 우리의 감귤과 겹치는 상품으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계절관세가 적용됐다. 감귤 출하시기인 9월부터 2월까지 현행 관세 50%가 적용되고 다른 시기에는 30%가 적용된다. 단 이는 7년에 걸쳐 폐지된다. 칠레와의 FTA에선 포도에 계절관세가 적용된 바 있다.

무역구제
외국상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국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간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WTO 체제 하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국내 산업보호제도다. 대표적으로 세이프 가드,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가 있다.

-세이프가드는 긴급히 발동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취할 수 있는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말한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쇠고기의 관세를 15년에 걸쳐 철폐하는 대신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세이프가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고 또한 심각한 금융위기시 자본의 이동을 막는 세이프가드도 관철했다.

-반덤핑 관세는 수출국가의 제품이 수출국의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돼 수입국가의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덤핑상품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를 말한다. 아무리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반덤핑 관세가 남용되면 자유무역에 지장이 있다. 정부는 철강 등의 주력 수출 제품이 자주 반덤핑 대상이 되는 점을 고려해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해 한쪽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 전에 사전통지와 협의를 하고, 합의에 의해 조사를 중단하도록 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수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로 인한 경쟁력을 상쇄하기 위해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말한다.





현행유보와 미래유보

스크린쿼터 관련해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현행유보’는 현재의 개방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뜻하고, ‘미래유보’는 향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인 정부는 원래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스크린쿼터를 늘리겠다는 미래유보 입장을 취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현행유보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스크린쿼터 일수는 73일 이하로 확정됐다.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
국제협정의 한 회원이 협정상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로 인해 상대국은 정당한 협정상의 이익을 받을 수 있다. 비위반 제소란 이 경우 상대국이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대이익의 침해’라는 구절이 불확실한 까닭에 제소가 많을 것으로 오해가 있다. 하지만 협정을 체결할 당시에 ‘자국 기업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다’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활용빈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없으면 곤란하다. 협정 체결 이후 상대국이 새로운 ‘합법적’ 조치로 자국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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