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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충환 (과학동아 기자)


고층건물에서 유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고? 63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며 바깥풍경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멋진 여행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언뜻 생각해 봐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고 무척이나 황당해 보이는 우주엘리베이터. 

구(舊) 소련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1895년 우주로 뻗은 기상천외한 성인 ‘천상의 성’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우주엘리베이터에 대한 현대적인 아이디어는 1960년에 등장했다. 구 소련의 공학자였던 유리 아르추타노프가 자국 신문 ‘프라우다’에 우주엘리베이터에 대한 내용을 처음 기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아이디어는 서방세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66년에는 미국의 해양학자 존 아이작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우주엘리베이터에 대한 짧은 논문을 발표했다.

우주엘리베이터는 1975년에야 우주비행 공학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 공군연구소의 제롬 피어슨 박사가 우주엘리베이터에 대한 기술적인 논문을 발표한 덕분이다. 이 논문은 1978년 아서 클라크가 쓴 SF소설 ‘낙원의 샘’에 영감을 주었고, 이 소설을 통해 우주엘리베이터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열려졌다.

그 뒤 ‘국제우주엘리베이터회의’를 비롯한 관련 워크숍이 개최됐고 2002년에는 ‘하이리프트 시스템’이란 민간회사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관련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또 2005년부터 매년 NASA의 후원을 받는 ‘우주엘리베이터 제작 경연대회’가 개최됐다. 지난해 3회 대회는 10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렸다. 현재 ‘리프트포트 그룹’을 비롯한 여러 민간회사에서 우주엘리베이터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우주엘리베이터가 21세기 새로운 우주교통수단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3만 5000㎞ 탄소나노튜브가 유력한 재료
우주엘리베이터의 개념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뻗은 케이블 선로다. 케이블의 한쪽 끝은 적도 근처 대양 한복판에 있는 승강장에 연결하고, 다른 한쪽 끝은 고도 3만 6000㎞가 넘는 우주공간에 갖다놓은 인공위성이나 소행성에 묶어둔다. 이렇게 하면 우주엘리베이터가 지구를 돌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구심력인 중력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케이블은 우주공간에 수직으로 꼿꼿이 매달려 있게 된다.

또 우주엘리베이터의 정거장은 적도 상공 3만 5786㎞의 정지궤도에 위치한다. 정지궤도에 있는 정거장은 지구 자전과 같은 주기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지구의 승강장과 항상 일직선에 놓인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우주엘리베이터 계획에 따르면 케이블이 연결될 지구의 승강장에는 약 50㎞ 높이의 거대한 탑이 필요하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정말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3만 5000㎞ 이상 뻗는 케이블의 재료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일 강철로 케이블을 만든다면 채 5㎞의 높이에도 이르지 못하고 자체 무게 때문에 붕괴될 것이고, 알루미늄의 경우는 15㎞ 높이에, 탄소와 에폭시 복합재료는 115㎞ 높이에도 못 미친다. 또한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은 지구 표면에서부터 정지궤도에 이르기까지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굵기가 점점 굵어져야 한다. 만일 강철로 케이블을 제작한다면 굵기는 지상에서 1cm로 출발할 때 정지궤도에서 100m가 된다. 100m 굵기의 강철, 생각만 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우주엘리베이터를 소설 속에서 현실로 끌어들인 일등공신이 있다. 현재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은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의 탄소나노튜브가 유력한 후보다. 특히 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강도에서는 강철의 5분의 1 질량으로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왕복 항공요금보다 싸게 우주로
우주엘리베이터에는 당연히 케이블을 오르내리는 차량이 연결된다. 엘리베이터 차량은 지구와 우주공간 사이에서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른다. 차량의 후보로는 시속 수천㎞에 달하는 속도로 여행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유력하다. 이 방식의 차량은 선로 위에 붕 뜬 상태에서 자석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선로에 닿지 않기 때문에 고속을 유지할 수 있고 기계적으로 마모도 되지 않는다. 만일 초전도자석을 사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손실도 거의 없다.   

물론 우주엘리베이터 계획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번개, 강풍, 케이블을 약하게 만드는 산소원자, 강한 우주방사선, 케이블을 마모시키는 상층대기의 황산물방울, 우주에서 날아오는 유성체, 우주쓰레기나 인공위성과의 충돌, 심지어 테러리스트의 공격 등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히고 있다. 또 우주엘리베이터를 연구 개발하고 건설하는 데 드는 재정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려고 할까. 연구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2t의 화물을 정지궤도로 나르는 데 겨우 1만 7700달러가 든다. 1㎏당 1.5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현재 NASA의 우주왕복선을 이용할 때 1㎏당 2만 2000달러가 드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만일 20㎏의 화물을 가진 70㎏의 승객이 우주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면 133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제주도 왕복 비행요금(20㎏의 화물 운송은 무료)보다 싸게 우주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미래에 외계행성이나 별로 가는 기나긴 우주여행에는 로켓이 계속 유용하겠지만, 지구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하기 위한 방문이나 달이나 화성으로 떠나는 휴가여행 같은 짧은 비행에는 우주엘리베이터가 적합할지 모른다. 전문가에 따라 앞으로 10년~50년 후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주엘리베이터. 상상의 산물이 놀라운 현실로 드러날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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