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에 위치한 창천초등학교. 11시 30분이 되자 할머니 네 분이 차례로 학교 급식실에 들어섰다. 하얀 모자를 쓰고 마스크와 장갑을 낀 후 아이들에게 배식할 준비를 마쳤다. 11시 50분이 되자 아이들이 급식실로 쏟아져 들어오며 할머니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할머니 깍두기 안 먹으면 안 돼요?” 어리광 섞인 아이의 투정에 “골고루 먹어야 천하장사가 돼요”라고 응대해주는 할머니들. 아이의 심정을 이해한 듯이 깍두기를 한 알만 얹어주며 많이 먹고 쑥쑥 크라는 덕담을 건넸다.
“다들 우리 손자 같아. 얼마나 예뻐? 작년부터 쭉 일했는데 아이들의 기를 받아선지 피곤하지도 않아.”
살아오면서 일을 쉬어본 적 없다는 김동철(75) 씨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그동안 노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청소, 장애인 돌보기 등을 해왔던 베테랑이다.
“내 나이 일흔 다섯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어. 나이 먹었어도 건강한 사람한테는 일을 줘야지.”
함께 일하는 박정복(75) 씨가 얼른 말을 받는다. “아무렴. 집에서도 이 정도 일은 다 하지.”
동사무소에 노인 일자리를 신청하고 올해 4월부터 창천초등학교 급식지도원으로 나온 할머니는 모두 4명. 경로당을 함께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기도 한 이들은 일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일 없으면 죽은 몸이야. 내가 60대까지만 해도 그 말을 이해 못 했거든. 70 넘으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언제 할머니가 용돈이나 줘봤냐”며 대들었을 때는 기가 막혔다는 박정복 씨. 나이 들어 돈을 못 번다고 손자한테 무시당하나 싶었지만 이젠 손자한테만큼은 아끼지 않고 용돈을 줄 수 있어 좋다고 자랑이다.

일할 곳 있어 좋고, 보람 커서 더 좋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시간가량 일해서 할머니들이 받는 돈은 월 20만 원. 이리저리 아끼다보면 크게 부족함은 없지만 가끔은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를 바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해주니 좋고, 교장선생님이 고맙다며 커피라도 대접할 때는 일한 보람이 더 커진다. 실제로 급식지도원 할머니들의 손자들이 이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더더욱 정성이 간다고.
급식지도원을 하기 위해서는 3일간의 위생교육을 들어야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보건소에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송정래 영양사는 위생면에서도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손자들 대하듯이 자상하게 해주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제 입장에서는 학부모들이 배식할 때보다 마음이 더 편합니다. 청소도 깔끔하게 해주시고 무슨 일이든 싫다 안 하고 웃으면서 해주시니까 저희는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창천초등학교 김용석 교감은 “국물 하나도 조심스럽게 떠주고 일을 꼼꼼하게 해주셔서 사고 위험도 많이 줄었다”며 “급식 외에도 병설유치원에서 어린아이들을 도와주거나 학교 청소 등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와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초등학교 급식지도 사업은 지난해 구청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노인종합복지관과 대한노인회가 각 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시행 중이다. 대한노인회 마포구지회의 나강운 팀장은 “마포구는 5개 학교에서 활동 중인데 모두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계속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