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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4시 55분. 서울 CGV구로 영화관에서 한글자막 한국영화 ‘중천’이 상영됐다. 화면 가운데 아래에 배우들의 대사와 음악, 음향에 대한 설명이 영화 대본 지문처럼 한글로 소개됐다.
관람객은 30여 명으로 적었으나 청각장애인 8명이 포함돼 있었다. 한 청각장애인은 “자막이 있어 좋았다. 한글자막 영화를 계속 보겠으며 주변 장애인들에게도 권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극장에 와서 한글자막 영화인지 알았다는 비장애인 관객은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면서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보기 편했을 것 같다. 많이 상영하면 좋겠고 앞으로도 한글자막 영화를 보겠다”고 말했다.

전신마비 장애인 이중호(47) 씨는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국민정보화 우수사례 및 교안 공모’에서 장애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씨는 1994년 교통사고 후 목 아래로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어 세 평짜리 방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3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컴퓨터와 장애인용 보조기기 ‘헤드 마스터’(고개와 입으로 마우스를 다루는 장치)를 받아 컴퓨터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달라졌다. 
이제 컴퓨터로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하고 전자도서관에서 책도 읽으며 장애인 친목사이트에서 채팅을 통해 친구도 얻었다. 가수 강원래 씨와도 건강 정보를 교류하는 사이가 됐으며 친구와 오프라인 만남도 가진다. 이씨 사례는 ‘세 평 방안에서 탈출한 나, 세상을 접속한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시각·청각 장애인들도 영화 관람
한국농아인협회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권 향상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한국영화 한글자막, 화면해설 상영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들은 물론 ‘환영’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그림만 보며 대충 짐작하던 영화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 즐겁다’는 반응이다. 극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각장애인들은 시범행사에 참여해 이어폰으로 내용 설명을 들으며 영화를 즐긴다.
이들의 바람은 기회가 늘어나는 것. 영화 편수를 늘리고 지역과 시간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1년 10 편, 전국 6개 극장, 3차례 상영으로는 한글자막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한국농아인협회 안희영 씨는 “영화를 늘리려면 영화사, 극장이 동의해야 하는데 비장애인들이 싫어해서 흥행이 부진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확대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지난 12월 ‘시청각장애인 한국영화 관람권 확보를 위한 방안’ 세미나에서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는 “시혜성, 선심성 정책이 아닌 시청각장애인의 인권적 측면에서 한국영화 관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애인의 사회 문화적 참여 보장을 대하는 시각에는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참여를 지원한다’고 생각하는 한 쪽과 ‘당연한 권리 보장’이라는 다른 쪽 사이의 거리다.
장애인의 이동권, 도우미 배치, 점자 또는 수화 서비스, 컴퓨터와 정보화지원 등 모든 영역이 마찬가지다.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한 장애인은 인터넷 게시판에 “특별대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말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는 피해가 없고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고 적어놓았다.    
성공회대 정원오 교수도  “먹고 사는 일을 넘어서는 사회 문화적 참여 보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없는 탓”이라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 계층의 사회 문화적 권리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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