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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호>한국조폐공사 화폐디자인조각팀





당신의 지갑 속에 있는 새 1만 원짜리 돈은 진짜일까. 1월 22일 새 1만 원권과 1000원권 지폐가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1월 2일 발행된 새 5000원권 지폐와 함께 국내 화폐 3종이 모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새 지폐는 크기와 디자인이 이전 지폐와 크게 달라졌고 특히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를 보강한 게 특징이다. 1만 원권과 1000원권은 세종대왕과 퇴계 이황 선생을 빼곤 모두 바뀌었다. 그러나 새 지폐가 이전 지폐와 가장 다른 점은 첨단 위조방지 기능을 갖춘 지폐라는 것이다. 각종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위조지폐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
한국은행이 신권 개발을 서두른 이유는 위조지폐의 급증 때문이다. 한국조폐공사 전략기술연구팀 류일녕 부장은 “지난해 9월까지 발견된 위조지폐는 모두 1만8115장으로 2005년 같은 기간의 9483장에 비해 91.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 디지털 컬러복사기에 이어 컬러 출력기가 등장하면서 위조 방지 요소를 부분 모방한 위폐가 나왔다”며 “최근에는 사진제판시설을 이용해 은화(숨은 그림)와 은선(숨은 선)이 들어있는 위폐까지 발견되는 등 위조기술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제작된 우리 지폐의 위·변조 방지기술은 1000원권에 7가지, 5000원권에 8가지, 1만 원권에 14가지였다. 하지만 새 1000원권에는 18가지, 새 5000원권과 1만 원권에는 각각 21가지의 첨단 위조방지 장치가 숨겨져 있다.

류 부장은 “공식 발표한 위조방지 요소 외에도 11개의 비공개 기술이 한 장의 지폐에 들어있다”며 “화폐 조각가들도 자신이 맡은 분야의 비공개 요소만 알 뿐 비공개 요소를 모두 아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중 조폐공사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10가지 위조방지 기술로 위조지폐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지갑 속에 든 새 지폐를 꺼내 보자.
우선 1만 원권 앞면. 새 지폐를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바뀌거나 색이 변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네모난 부분이 방향에 따라 대한민국 지도, 태극 4괘, 숫자 10000 등 3가지 그림으로 바뀌는 홀로그램이다.




우리만의 위조방지 기술 홀로그램
필름 한 장에 3개의 장면을 결합시킨 기술로 유로화나 일본 엔화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첨단기술이다. 위조지폐에서는 홀로그램이 안 나타난다.
뒷면의 10000이란 숫자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류 부장은 “여기에는 색변환 잉크가 적용됐다. 이는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서로 다른 물질로 제작된 특수잉크”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초 발행된 새 5000원권 지폐의 위조 방지요소 가운데 하나인 미세문자가 기존 지폐와 비교해 크기가 더 작아지고 배치방식도 다양해졌다.
미세문자가 새겨진 위치를 부분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나 육안으로는 도저히 확인할 수가 없고 돋보기로 지폐 앞뒷면을 한참을 탐색해야 겨우 찾을 수 있다.

특히 공개되지 않은 일부 미세문자의 위치는 조폐공사 관계자도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는 등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 새 1만원권에 적용된 미세문자는 크게 나눠 앞면에 △일월오봉동 태양문양 △초상 오른쪽 문살 △세종대왕 초상의 옷깃 부분, 그리고 뒷면에는 △혼천의 중앙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에 배치돼 있다.

미세문자는 ‘한글 자모음’, ‘10000’, ‘BANK OF KOREA’등이 반복적으로 새겨져 있다.
만일 컬러복사기로 위조할 경우 미세문자는 뭉그러져 나와 위조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또 컬러프린터와 복사기 등으로 재현할 수 없는 요판잠상(숨은 글자)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 초상 왼쪽하단에 긴 무늬 속에 숨은 문자가 들어 있다. 눈높이에서 지폐를 비스듬히 기울여보면 영문자 ‘WON’이 나타난다. 이밖에 지폐 상단 양면의 동일한 위치에 태극무늬를 모자이크 처리해 불빛에 비춰보면 완성된 태극무늬가 보인다.

류 부장은 “새 지폐가 나왔다고 해서 위조방지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1%의 위험도 방지하기 위해 위조방지 요소는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태욱기자


화폐도안 이렇게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수작업



새 1만 원권과 1000원권 발행을 3일 앞둔 1월 19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안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 디자인 조각팀실은 막바지 준비에 분주했다. 제2의 ‘인쇄오류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산 화폐본부와 긴밀한 연락을 하며 점검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들이었다.

새 1만 원권을 디자인한 남세현 디자이너는 인쇄된 화폐 견본을 꼼꼼히 살펴보며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품평을 하고 있었다.

세종대왕을 인물로 한 1만 원권은 우리의 선진 과학기술을 도안 주제로 삼았다. 뒷면 바탕무늬로는 국보 제228호인 조선시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펼쳐놓은 위에 보조소재로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와 보현산 천문대의 광학천체 망원경을 나란히 배치했다.

특히 혼천의 도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과학계 전문가들은 우리의 개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굳이 부적절한 상징물이라고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문화재청 위원이자 한국과학계의 원로인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과학사 전공)는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새 지폐속의 혼천의는 세종 때부터 기록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 것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혼천의를 도안으로 채택한 것은 세종대왕 때 장영실이 혼천의를 만들었다는 기록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이전 것은 소실되고 송이영의 혼천시계만 남아 도안으로 따온 것이고, 중앙의 지구의 등에 독창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팀에 의해 화폐에 그려질 내용과 구도 등 디자인이 정해지면 이를 조각팀에서 넘겨받아 판화로 새긴다. 화폐 조각가들은 디자인 시안대로 각자의 특기에 따라 담당부분을 나눠 맡은 뒤 차례차례 그림을 새겨 넣는 작업을 한다.

화폐 조각은 조그만 점선 하나에도 일곱 차례씩 손이 가야 할 만큼 세밀한 작업을 요한다. 세밀한 조각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신인철(화폐 조각가)씨는 세종대왕의 초상 하나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지난해 발행된 새 5000원권에 새겨진 율곡 선생 초상을 그린 장본인이기도하다.
신씨는 “일제 잔재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총재의인’이라는 직인의 형태를 원형에서 정사각형으로 바꿨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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