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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지역 동쪽 끝에 자리잡은 유엔본부. 정해년 1월 2일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었다. 신임 반기문 총장이 역대 사무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보일러실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들이 예기치 못한 총장의 행보에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날 유엔본부 직원들의 환호 속에 첫 출근한 반 총장. 그의 업무스타일은  이처럼 이전의 사무총장들과 달리 사뭇 파격적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오전 9시 30분쯤에야 출근하던 유엔본부 직원들에게 오전 8시까지 사무실에 나오도록 독려했다. 이른바 ‘아침형 유엔’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반 총장은 또한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재산을 전면 공개했다. 그 동안 각종 이권과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유엔 직원들에게 ‘청렴성’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취임 이틀 뒤 유엔본부 3층과 5층의 프레스룸을 돌며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기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중요한 취재원에 대한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반 총장의 프레스룸 방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유엔 사무국 직원과 관계자들에게는 다소 이색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반 총장의 이 같은 행동 뒤에는 그를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참모그룹이 있다. 우선 외교통상부에서 반 총장의 사무총장직 인수를 돕기 위해 파견됐던 김원수(특별보좌관)대사와 윤여철·권기환·이상화·최성아 서기관은 반 총장의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그대로 뉴욕에 남았다.


유엔 내 인맥·활동폭도 넓어져
이 가운데 김 대사는 외교부 내의 ‘외교관 1호 커플’로도 유명하다. 부인은 주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박은하 참사관. 김 대사가 유엔에 남으면서 박 참사관도 유엔대표부로 발령이 나 부부가 함께 뉴욕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모두 반 총장이 집무를 시작하기까지 옆에서 도왔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저녁 6시. 유엔 한국대표부를 향해 고급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대표부가 주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선 리셉션에 참석하려는 내빈들의 행렬이었다.

내빈들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설치된 대표부 로비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뒤 1층 홀로 안내됐다. 최영진 유엔대사 부부가 내빈들을 맞았다. 최 대사는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과 외교정책실장 등 통상과 다자외교 분야의 요직을 거쳤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도 지냈다. 외교부 차관까지 역임한 최 대사는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맞는다. 최 대사의 ‘카운터 파트너’는 유엔 사무차장들과 각국의 유엔 대사들.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지난해 최 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의 대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최 대사는 또 미 전역의 각종 연구소와 단체 등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많이 받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워싱턴이든 필라델피아든 직접 방문한다.

최 대사와 인사를 마친 외교사절과 유엔본부 직원들은 오준 차석대사와 조현 차석대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과장과 국제기구정책관을 지낸 외교부 내의 대표적인 다자외교 전문가이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에서 정무, 군축 및 국제안보와 함께 안보리를 담당한다.
조현 차석대사는 유엔의 경제, 사회, 행정 및 예산 담당.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조 차석대사는 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다.

오·조 두 차석대사는 지난해 반 총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각국의 외교관, 유엔본부 직원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만났다. 결국 선거를 통해 반 총장이 당선됐고, 한 외교의 위상도 올라갔지만 두 차석대사의 유엔 내 인맥과 활동폭도 크게 확대되는 부수효과도 있었다.

유엔대표부는 최근의 위상 강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표부에서 마련하는 각종 리셉션에도 참석자가 600명이 훌쩍 넘는다. 오 차석대사는 이 같은 변화가 반 총장의 당선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다자외교 단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이 유엔 수장이 됨으로써 유엔대표부는 지난해 정부의 모든 부처 가운데 가장 ‘가시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기관이 됐다.









대사 포함 27명의 외교관 일당백 활약
유엔대표부에는 최 대사를 포함한 27명의 외교관이 정무, 군축, 경제, 사회, 법률, 환경 등의 분야를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유엔에 정통한 한국 고위외교관은 “유엔의 외교는 각종 위원회에서의 공식 연설과 막후교섭, 그리고 리셉션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유엔에 처음 가입했던 90년대 초반에는 북한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면서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임무로 부상했다”고 귀띔했다.

유엔대표부 청사에는 뉴욕총영사관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무 관계를 담당했던 문봉주 총영사가 이끄는 총영사관은 일반적인 영사 활동 말고도 월스트리트까지 업무를 넘나든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외교부 본부로 전하는 것이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반기문 총장이 취임하면서 유엔본부에서 한국의 무게감 또한 한층 더해지고 있다. 특히 반 총장이 한국 정부에서 직접 경험했던 개혁 정책의 사례들을 유엔에 적용하려는 모습에 국제적인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이도운 서울신문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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