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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호>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 수확기계연구실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고추를 따겠다고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인 어머니의 새까매진 얼굴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조금이라도 땅을 놀릴까 싶어, 수확 시기별로 이것저것 부려놓은 논과 밭을 볼 때마다 달려가고 싶은 맘 굴뚝이다. 허나, 일손 필요하다고 생업 때려치우고 달려갈 순 없는 노릇. 그럴 때면 뚝딱뚝딱 일 잘하는 로봇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중얼거린다. 유년 시절, 숙제해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던 심정이랄까. 공상이고, 헛소리이며, 유아적인 발상이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 수확기계연구실에서 ‘꿈’의 수확기를 개발해낸 것. 발칙한 공상의 발로였던 농사짓는 로봇을 바탕으로 한 ‘수확기’들은 요즘 어디에서나 화제다. 이전의 농업기계 분야와 농업토목 분야를 확대 개편한 농업공학연구소. 하는 일은 농업기계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와 더불어 용수로와 농업재해 시 구조물의 안전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그중 생산기계공학과의 연구 파트는 4개. 재배기계연구실, 축산기계연구실, 생물공장연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확기계연구실이다. 각종 수확기계들을 탄생시킨 수확기계연구실은 수확 관련 기계는 물론 수확 후 처리 시스템까지 담당하고 있다. [B]우리 농민을 위한 쾌거, 고추수확시스템[/B] 이번에 발표돼 장안의 화제가 된 고추수확시스템이 그 좋은 예. 고추의 수확에서부터 탈과, 선별, 꼭지제거 등의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고추수확시스템은 고추재배 농가의 일손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추 예취기, 고추 탈과기, 고추 정선·선별기, 홍고추 꼭지제거기 등 4개 기종의 개발로서 지금까지의 노동력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것. 수확 작업 대부분을 인력 작업에 의존해 고추 생산비의 약 70%가 수확 비용이었던 현실에 비춰보면 보물단지나 다름없다. 최용 연구실장은 “수확 및 수확 후 처리 일관기계화 기술에 대한 현장평가에서 호평을 받았다”며 “내년부터는 고추 수확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일시 수확형 고추 예취기는 휴대형 예취기를 고추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량한 것으로 등에 메고 다니면서 1만m2가 넘는 땅에 심어진 고추를 23분 만에 수확할 수 있다. 또 고추 탈과기는 예취한 고춧대를 투입하면 협잡물 등을 제거하고 고춧대에 달린 고추를 따내는데 1만m2당 5시간 4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 기계로 수확하면 정교하지 못해 상품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느냐 못미더운 목소리도 있지만 조용목 연구원은 “고추수확시스템으로 수확할 때의 손실량은 5% 미만”이라며 “농민들이 자식처럼 가꾼 농작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B]발로 뛰는 연구가 농민 위한 연구다[/B] “연구실에서만 연구하면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됩니다. 그것은 연구원 스스로를 위한 것이지 농민을 위한 연구는 아닙니다. 사용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습득해야 됩니다. 보고 만지고 두드려야 답이 나오는 거죠.” 머리가 아니라 발이 진정 필요한 기계를 만들어낸다는 이충근 연구원. 그는 표준 교과서대로 하면 연구가 훨씬 쉽지만 오히려 농민에게는 큰 불편을 줄 수도 있고, 또 국민 세금으로 한 연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수확기계연구실 연구원들에게 운동화는 필수다. 언제 어디서 수확현장을 경험할지 모르는 까닭이다. 얼굴도 검고 출장도 잦다. 간혹 아내가 “내가 결혼한 사람은 공무원이 아닌 모양”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이 일은 보람이 크다는 게 연구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수확 시기별로 쫓아다녀야 하는데 인원 보충이 안 돼 시간이 모자랄 때 ‘참 힘들다’ 싶다가도 금세 풀려지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저희가 만든 기계가 저~기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럼 아무리 멀어도 꼭 달려가서 봅니다. 개발자라는 이야기는 안 하고 모니터링을 합니다. 좋은 점,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면서 감격스러워하죠. 그때 생각해요. 농민을 위해 뭔가 해냈구나, 내가 살아 있구나.” 낯선 논과 밭에서 마주하게 된 자신의 기계를 보면 시집보낸 딸을 본 듯 만감이 교차한다는 최 연구실장. 값싸고 튼튼하고 성능 좋은 기계를 만들려고 밤낮으로 애쓴 대가는 그렇게 우연히 순간적으로 다가오지만 그거면 족하다는 게 연구원들의 생각이다. 고추·시금치·양파·무·배추·고구마·마늘 수확기….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농기계들은 다 이들의 연구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핏 보면 별스럽지도 않은 기계지만 그것 하나면 무려 70명분의 일을 해낼 수도, 60배의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전현종 연구원은 “좁은 땅임에도 지역마다의 제조방식이 달라 개발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래서 표준재배양식을 설정하고 농민들의 관행을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일 때도 있다”고 말한다. 농민들을 표준재배방식으로 농사짓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제대로 만들어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때문에 더 열심히, 더 꼼꼼하게 노력할 뿐이라고 전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것은 그만의 다짐이 아니다. 수확기계연구실 모두의 바람이다. 농업이 활성화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농업의 기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금의 나태함도 가져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 수확기계연구실. 그들의 살아 있는 연구는 우리 농촌의 미래임에 틀림없다. [RIGHT]우승연 객원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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