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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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난해 12월 3일 한나라당 미디어특위에서 발표한 7개 미디어법 개정안을 놓고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토론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찬성과 반대 입장 사이에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을 비롯한 나머지 5개 미디어법도 상정해 통과시켜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법 중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은 이른바 방송사업에 대한 진입·소유 규제를 완화한 방송법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제5공화국 초기에 언론통제 목적으로 형성된 폐쇄적이고 경직된 독점적 시장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방송사 중심의 소수 사업자 구도에서는 이른바 ‘공공독점(public monopoly)’ 구조를 통해 방송의 공익성과 상업적 이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익성을 명분으로 형성된 진입 장벽이 방송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종시키고 기존 사업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산업적 활성화 어느 것도 도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경쟁시대에 맞는 규제완화를 통한 구조개편과 합리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우리만이 경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본래 시장경쟁을 강조했던 미국이 아니더라도,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구조를 유지해온 유럽 국가들도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민영화와 규제완화 정책기조를 강화해왔다. 공영방송을 민영화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상업방송들을 허용해왔다.

특히 21세기 들어 디지털미디어시대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방송구조 개편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정책방향이나 구조개편 양상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영국의 경우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 제정으로 공영방송인 BBC를 제외한 모든 방송 통신 분야에서의 진입 규제들을 거의 철폐시켰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국가 혹은 사적 소유를 금지해온 지상파방송사들을 제외한 모든 뉴미디어 분야에 대해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랑스 역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엄격히 구분해 서로의 역무를 분명히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 개혁 법안이 최종 통과됐다. 이러한 개혁은 방송의 공적 영역을 더욱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디지털방송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이원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방송의 공익성을 명분으로 형성된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다.
1995년 통신법을 통해 방송과 통신의 진입 장벽을 헐어버렸던 미국을 비롯, 유럽 국가들 역시 매체 간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에 대비해 진입·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 진입 장벽은 이른바 신문과 방송의 겸영 문제이고, 외국자본의 진입허용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 진입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법률적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기업의 언론장악으로 생기는 폐해는 외국 사례와 전혀 무관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소유규제 완화에 대해 각국 진입규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비판하는 입장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선진 각국들의 진입·소유 규제가 신문과 방송 겸영이나 외국자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보완장치를 전제로 전반적인 규제 수준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신문과 방송의 겸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이른바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제하고 있다. 선진국은 매체 수가 제한된 지역 단위에 대해 주로 제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과 방송 모두 지역 단위의 여론독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전국지라고 하는 주요 3개 일간지가 전국적으로 6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지역신문은 거의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방송 역시 거의 대부분 ‘중앙방송국(Key Station)’이나 서울의 민영방송을 재송출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역 단위의 여론독점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또한 여론독점 문제를 지적한다면 반드시 여론형성과 관련된 시사 보도, 특히 정치관련 보도 프로그램이 포함된 방송을 문제 삼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관련된 지상파방송이나 보도·종합편성 채널 자체가 엄격한 진입 장벽으로 독점돼온 분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3개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2개의 보도전문 채널 자체가 여론독점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소수의 여론매체들에 의해 독점됐던 매체 환경을 도리어 완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신문과 방송 겸영을 규제하는 다른 나라들의 기본인식은 양적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송사들이 신문사를 소유하는 문제의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법적 미비상태에서 신문사들이 방송사업에 진입한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들이 신문과 방송 겸영으로 신문산업 특히 지역신문의 고사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겸영 허용을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조중동’에 의한 방송시장 장악 혹은 여론독점은 최근 매체환경을 도외시한 왜곡된 주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외국자본 진입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외국자본 진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더 나아가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영향으로 방송시장 개방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로 외국자본에 대한 직접 투자는 허용하지만, 문화적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이 더 유용하다. 자국 프로그램 쿼터 의무비율과 같은 편성 규제를 통해 방송주권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개방 논의를 살펴보면, 직접 투자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반대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방송시장 개방 규제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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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