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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의 현장 - 낙동강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 인근 산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면 위로는 달성습지가, 아래로는 금빛 모래의 고령군 사문진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1980년대까지 대구의 생태계 보고로 불리던 달성습지는 이제 하천부지로 전락한 상태다. 고령군 상황도 녹록지 않다. 80년대까지 고령군 다산면민들을 달성군 등 대구지역으로 옮겨주던 사문진 나루터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달성군과 고령군 지역 주민들은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물길 정비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60년대까지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국제적 희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였던 달성습지. 넓은 백사장이 자리해 여름이면 강수욕을 즐기려는 대구 시민들이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다. 성서공단 조성과 모래 채취 등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구시가 2001년부터 30여억 원을 투입, 달성습지 복원사업(17만 4000㎡)을 추진했지만 생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오히려 습지 생태계를 교란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개방형 습지는 물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때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7ppm까지 치솟았고 폐쇄형 습지는 물이 차지 않아 모래 구덩이로 변했다. 이 사업은 결국 2006년부터 중단돼 현재 생태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달성습지 인근 주민들은 버려진 생태 보고를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습지 복원이나 종합적인 개발사업은 광역자치단체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

석윤복(61·달성군 화원읍) 씨는 “달성습지에는 트랙터 등 농기계를 이용한 대규모 불법 경작과 잡초 제거를 위해 불을 지르는 일이 매년 반복되지만 이 같은 문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젠 정부가 나서서 달성습지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개발책을 마련해 생태계 보전과 습지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 사문진 나루터는 사문진교가 완공되기 전에는 대구와 다산면을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만 작은 어선 한 척만이 이곳이 옛 사문진 나루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고령군은 4대강 정비사업이 고령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고령군의 지역적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낙동강 전체 길이 521㎞ 중 10.6%인 55㎞가 고령군을 휘감고 지나간다. 고령군 8개 읍면 중 절반인 4개면(다산, 성산, 계림, 우곡)이 낙동강과 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우수기에는 홍수 피해를, 갈수기에는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한 다이옥산 파동에서 보듯 오염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올 때마다 고령 군민들은 먹는 물과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1991년 3월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오염 사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낙동강 유역에서만 모두 14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했고, 이때마다 고령 군민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인근 도시에 비해 산업 여건이 미약한 고령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경주(신라문화권), 안동(유교문화권)과 함께 가야문화권을 구축하고자 한다.




고령군 임대성 기획실장은 “4대강 물길 정비는 고령의 레저단지, 수상 교통, 농촌체험마을, 산업단지 조성 등 회천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며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대구는 첨단산업 연구개발(R&D)기지로, 고령은 생산기지로서 양 도시 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4대강 정비사업 중 하나인 낙동강 물길 살리기의 핵심을 수질 개선, 홍수 등 재해 예방, 친수공간 활용으로 꼽고 있다.

소방방재청 재해연보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낙동강 연안 홍수 피해로 연평균 사망 21명, 이재민 5389명이 발생했고, 10년간 발생한 재산피해액이 5조 1016억 원에 달한다. 10년간 투입된 복구비만 12조 4000여억 원으로 이는 낙동강 정비사업 비용으로 거론되는 6조 7000억 원의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낙동강 수질 개선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7년까지 하수 정비에 6조 5200억 원, 하수관거 설치에 3조 5990억 원, 산업폐수 처리 2460억 원, 오염하천 정비 2210억 원, 축산 분뇨 처리에 1450억 원 등 모두 10조 878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낙동강(물금)의 산업폐수 배출업소는 7175개로 한강의 2.9배(2477개), 금강의 17.4배(412개)에 이른다. 낙동강의 하루 평균 폐수 방류량도 53만 5074㎥로 금강(대청호 기준)보다 70배나 높다. 이로 말미암아 낙동강 물금지점(경남 양산시)의 BOD는 2.1~2.7ppm, 생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5.1~6ppm 사이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악화된 낙동강 수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는 더 이상의 수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학계는 주장한다. 또한 도시화 지역의 확대로 도로 포장 면적이 늘고, 하천 개수로가 직강화해 하절기 집중 강우 때 홍수 위험이 높은 반면 갈수기에는 하천 유지수량이 부족, 수질오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대경연구원 남광현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1년 중 7~9월까지 내리는 비가 전체 강수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반면 나머지 9개월은 전체 강수량의 30%만으로 생활·농업·공업용수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물 관리가 항상 불안한 상태인 만큼 지역 현실에 맞는 제한적인 낙동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임호 영남일보 제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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