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6월 25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가 26일 막을 내렸다. 중국, 일본, 브루나이, 파키스탄, 인도 등 13개 참가국 장관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회의 마지막 날, 26개 항의 합의문(Seoul Joint Ministerial Communique)을 채택하고 이번 회의가 동아시아 지역의 양성평등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진전을 이룬 대회였다며 앞으로도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동의했다.
참가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권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의 빈곤화와 성폭력 확대 같은 위기상황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한 여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전 세계적 대응이 요구되는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재해에서도 아시아, 특히 여성의 피해가 크다는 성(性) 인지적 관점을 분명히 했다. 또 각종 녹색성장사업에서 여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아울러 유엔이 추진하는 글로벌 녹색뉴딜사업 같은 공공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도상국들의 경기부양과 친환경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이 밖에도 합의문에는 통치(Governance)에 있어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 개선, 양성평등 사안에 대한 네트워크 구축 등의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는 동아시아 지역 여성담당 각료들이 모여 아시아권 여성들의 지위 향상 및 협력 강화를 도모하고, 양성평등 메시지를 공유하는 자리다. 2006년 1차(일본), 2008년 2차(인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로 2백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체회의와 주제별 분과회의, 고위급 원탁회의 등이 진행됐다.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경제위기 속에서 여성은 경제적 권리에서 가장 소외되면서 경제위기 피해를 가장 크게 보는 대상”이라고 전제한 후 “경제위기 극복에는 반드시 여성을 배려하는 정책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도 “여성실업은 가구소득 감소로 이어져 빈곤문제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부는 ‘경제행위자로서의 여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회의에서 일본 내각 남녀공동참획국 게이코 다케가와 국장은 “경제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고착화한 성 역할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경제위기 극복 이후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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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발도상국 여성장관들은 경제위기가 단지 빈곤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등 일반적인 여성인권에도 영향을 끼치고 여성을 폭력에 노출시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대표 칸다 파비 잉 여성부 장관은 “캄보디아는 전체 수출의 70퍼센트를 의류산업이 차지하고, 의류산업 종사자의 80퍼센트가 여성인데 글로벌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공장에 다니던 여성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결국 성매매 등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의 영향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진추롱 중화전국부녀연합회 부주석도 “금융위기는 특히 사회복지 기능을 감소시켜 여성이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증가시키고 교육, 의료, 보건 등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해 여성들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며 “여성의 창업과 취업뿐 아니라 정치 참여도 지원해 여성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 장관은 “대한민국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 G-KOREA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전략에 대해서도 적극 설명했다.
이번 각료회의의 분과 회의는 ‘기후변화와 저탄소 녹색성장’ ‘성 인지적 정보사회’ ‘국가 통치와 여성의 정치 참여’ ‘여성에 대한 폭력’ 등 4가지 주제로 열렸다.
‘기후변화와 저탄소 녹색성장’ 분과회의에 참석한 김정숙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여성은 생명과 깊은 관계를 가지는 모성집단이자 환경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주체”라며 녹색성장전략에도 젠더(Gender)적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녹색 일자리 창출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을 창출해 노동유연성을 가져올 것이며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 또한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위기 여파가 동아시아에서는 여성 인신매매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스리 단티 안와 인도네시아 여성권익부 차관은 “경제위기로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가 극심해져 국제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신매매에 대한 전쟁을 소개했다. 스리 차관은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와의 전쟁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유엔 이주노동자협약과 함께 관련법 이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 심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09 인신매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최고 등급인 1등급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1등급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며, 홍콩과 일본은 각각 2등급이다. 신혜수 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펼친 적극적인 인신매매 단속과 성매매 예방 교육 등을 소개했다.
고위급 원탁회의에서는 지난 1, 2차 회의 이후 이뤄진 각국의 성과를 공유하고,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MDGs·The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Report)의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란 2000년에 유엔 주도로 8개의 목표와 18개 세부목표를 반영한 새 천년의 개발 목표를 정한 것으로,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가 전 지구촌의 문제임을 천명한 것이다.
변 장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여성정책을 널리 전파했고, 아시아권 내 여성정책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더욱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통해 국가 간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이번 회의의 의의를 밝혔다.
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며, 2011년 제4차 회의는 캄보디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글·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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