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경제 부가가치 67조원, 고용창출 36만명의 초대형 사업이다. 개발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4월 15일 마스터플랜 국제현상 공모전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아키펠라고21’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설계안은 6백65미터 높이의 랜드마크타워, 신라 왕관을 형상화한 업무지구 등을 담아 서울의 도시미관을 한층 돋보이게 해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월 말 현재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용틀임’을 제지당한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곤란해지면서 토지대금 납부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공공지분(42퍼센트)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지분 25퍼센트)은 민간 주간사인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에게 토지대금 8천8백억원을 조속히 납부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반면, 민간 컨소시엄은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PF가 불발된 상황이므로 부지 매도자이자 대주주인 코레일이 일정한 선에서 연장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코레일은 현재 대금 납부를 종용하고 있다. 코레일의 연장 결정이 없을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민간컨소시엄은 그동안 해결책 찾기에 부심했다. 주간사인 삼성물산 등은 토지대금 마련을 위해 출자사인 우리은행, 삼성생명을 주간사로 대주단 구성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 7곳에 PF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골이 워낙 깊어 이들 금융권으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등은 사업협약서의 ‘국내외 금융시장의 중대한 혼란이 있을 경우 협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코레일 측에 토지대금 납부 2년 연장을 요청했다. 또한 실물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20~30퍼센트 폭락한 만큼 양측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업 성공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용산역세권개발은 눈앞에 닥친 8천 8백억원 조달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이 흔들리면서 총 13조 5천억원에 이르는 PF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진 점을 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코레일은 협약 변경이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업은 물러나지도 나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사업이 더 이상 위기로 치닫기 전에 초기자금 부담(땅값)의 열쇠를 쥐고 있는 코레일이 단순 토지 매도자가 아니라 대주주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대안 제시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형복합개발사업은 향후 10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민관 협력사업이 벽에 부닥친 사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대형복합개발사업은 민과 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상생의 길을 걷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공기업과 민간사업자가 티격태격할 경우 사업 손실은 물론 국가 신인도 추락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버블 붕괴 때 도쿄를 살리기 위해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고 내각에 도시재생본부까지 설치해 지원했던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8년 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전략회의에서 일본 경제를 살리려면 도시 재생과 토지 유동화가 급선무라는 ‘일본경제 재생전략’을 완성, 도시재생 사업에 들어갔다. 2000년엔 도쿄와 오사카, 교토, 고베 등의 도시가 ‘대도시 재생추진회’를 조직해 지원에 나섰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은 아예 모든 각료가 구성원이 되고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도시재생본부를 내각에 설치했다. 2002년에는 도시재생을 위한 민간의 자산과 노하우를 영입하기 위해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 시행됐다.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토지이용 규제특례 적용, 행정절차 단축,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의 헤택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일본의 도시재생사업은 5년도 안 돼 열매를 맺었다. 2002년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빌딩을 시작으로 모리그룹의 롯폰기 힐스(2003), 시오도메와 오모테산도 힐스(2006), 미드타운과 신마루노우치빌딩(2007) 등 도쿄를 상징할 만한 초대형 빌딩들이 대형복합사업 시행으로 들어선 것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경제 및 고용 창출효과가 역대 최대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새만금사업(29조원·19만명)보다 2배 이상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금융위기에 따른 토지대금 납부 문제 등은 작은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소모적인 논란을 떠나 토지대금 납부 연장을 통해 PF 재개를 추진하고, 더 나은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정부와 청와대, 혹은 총리실 등이 막후에서 대승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도 용적률 문제 등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제시된 용적률 6백퍼센트는 상업지구로서는 아주 낮은 것인 만큼 토지의 효율적 개발을 위해서는 8백퍼센트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 도시들도 ‘재생(르네상스)’시대를 맞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도시재생시대의 본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이 탄탄대로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가시밭길을 가느냐에 따라 국내 도시재생사업도 달라질 것이다.
서울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용산역세권은 세계의 도시들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물론 국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될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공기업인 코레일, 서울시 차원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글·김순환 문화일보 경제산업부 차장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