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 개정이 늦춰짐에 따라 하루 12억원씩 연금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화급을 다투는 법안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연금개혁안을 국회가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지금 공무원연금 재정이 크게 취약한 것은 법안을 개정해야 할 때 개정하지 못하고 실기(失機)한 탓도 없지 않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지난 정부에서도 논의만 무성했을 뿐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 정부의 제도개혁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인구와 재정의 변화에 따라 제도를 미세조정해 나가야 했던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100% 만족하는 주체는 없을 것이다. 당사자인 공무원들도, 여론도, 입법기관도, 정부도 처한 처지와 관점에 따라 크고 작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는 가입자인 공무원, 사용자이자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자인 정부, 제3자로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어렵사리‘사회적 합의’를 이뤄 만든 안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과거 어떤 법안보다도 내용을 강력하게 개혁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정절감 효과나 제도의 합리성 제고 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법안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급여산식을 바꿔 공무원들이 받게 될 연금액을 최대 25%까지 삭감했다. 연금액 삭감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사상 처음이다. 아울러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 인상률도 2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금액 산정 때 최종 3년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삼던 것을 전체 가입기간 평균소득으로 바꾼 것은 획기적이다. 이는 그 자체로도 상당한 급여하락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 공무원연금이 여전히 최종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지급하는 연금액에 상한을 도입하는 것 또한 다른 나라 직역연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조치들은 고위공무원의 기득권을 상당히 약화시키며, 사회보장제도로서 공무원연금제도의 명분을 지키면서 동시에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금지급 시작 연령을 인사정책의 별다른 보완 없이 현 정년인 60세에서 65세로 늦춘 것도 공무원들에게 5년 동안의 소득공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법 개정을 통해 이런 조치들이 당장, 동시에 실행될 경우 정부 보전금 규모는 향후 5년 동안 누적치 51%, 중기적으로 37%, 장기적으로 4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적 재정 효과 면에서 이번 건의안은 기존 구조개혁 건의안에 비해 25% 정도 절감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 개혁안이 부분개혁안이라는 이유로 기존의 구조개혁안에 비해 땜질식 처방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 개정안을 비판하는 주된 논거는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 부담금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공무원들의 보험료 부담을 더 높이고 연금액을 더욱 깎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제도 속성상 2018년경까지의 지출은 기왕의 연금 급여권을 심각하게 손대지 않고서는 조정하기 어렵다. 사회보험제도에서 정부가 기왕의 급여에 대한 약속을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일상생활을 하는 공무원의 봉급에서 무한정 보험료를 떼어갈 수도 없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제는 기초연금만이 아니라 퇴직금 기능과 인사정책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로서 정부는 오랫동안 연금에 대해 민간부문 사용자보다 훨씬 낮은 비용을 지불해왔다. 이는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대해 사전에 보험료를 적립할 책임을 지는 대신 사후적인 재정보전 책임을 지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과거 정부는 군복무 기간의 가입기간 인정 비용 등 통상 일반재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공무원연금 기금에 전가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공무원연금 재정 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계기는 1998년 이후의 구조조정이었다. 즉, 현 공무원연금 재정 상태는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정부 인력정책과 연금정책의 결과라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공무원과 정부의 공무원연금 재정 부담 비율이 우리는 1 대 2 정도이지만 일본은 1 대 3, 미국 1 대 4, 프랑스 1 대 8에 이르고, 독일은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금개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미 형성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사회적 합의다. 경제와 정치 모든 면에서 백척간두에 서 있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합의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양보에 나서겠는가? 국회가 하루빨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를 기대해본다.
글·주은선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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