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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터놓고 말해요.” 지난 9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회 ‘식품안전 열린포럼’(이하 열린포럼)에 걸린 플래카드의 문구다. 이날 열린포럼에서는 소비자시민모임 문은숙 기획처장과 한국식품공업협회 유영진 부장, 안동대학교 이미경 교수 등이 참석해 위해기준팀 이동하 팀장이 준비한 ‘기준미설정 위해물질권장규격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열린포럼은 올 1월 설립된 식품의약품안전청 유해물질관리단 위해관리팀이 기획한 ‘능동적 국민참여형 식품행정’이다. 4월 26일 시작한 열린포럼은 지난 9월 13일(8회)까지 ‘트랜스지방 관리 정책 방향’ ‘비타민C 음료 벤젠 검출 저감화 방안’ ‘식품 중 퓨란 관리방안’ ‘식품 중 아크릴아마이드 관리방안’ 등을 논의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바란다’를 통해 소비자·학계·산업계·언론계가 바라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제한적이고 수동적 정보공개와 정책결정에서 소비자·생산자·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열린 행정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커져만 가는 절대안전식품에 대한 요구
열린포럼을 맡고 있는 위해관리팀 강명희 씨는 “정책이나 사업시행 초기에 이해관계자와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열린포럼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식품 관심사에 대해 소비자·생산자·전문가·정부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식품 위해정보를 공유하고 사전예방적 식품안전관리의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열린포럼에 참석한 한 소비자는 “그동안 정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달리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안 문제가 포럼 주제로 다루어지므로 시민공청회와 같은 기능도 할 수 있고, 정부나 학계·산업계의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식약청의 이러한 변화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한 반응과도 관련이 있다. 만두파동, 김치 기생충 알 사건, 말라카이트그린 사건 등 최근 발생하는 식품 안정성 문제가 이슈화·대형화하면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식약청은 ‘뒷북행정’ ‘사후약방문’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위해관리팀 이동호 씨는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위해물질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해졌고 여기에 언론과 시민단체의 경쟁적 문제제기가 더해지면서 사회적 이슈화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사고도 문제지만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라보는 관점 등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제는 터놓고 말해요’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위해관리팀은 그동안 일방적인 행정이 이러한 문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여러 계층이 자리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눔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과제 더 쉽게 전달하고 더 자유롭게 토론
효과는 뚜렷했다. 식품안전위해분석(Food Safety Risk Analysis)에 근거한 사전예방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타민C 음료 중 벤젠 검출이 대표적인 예다. 자칫 사회적으로 이슈화 될 수 있는 문제도 열린포럼을 통해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었다.

또한 언론과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식품안전정책 내용을 올바르게 전달하고 설득함으로써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해물질관리체계, 위해정보관리체계, 기준규격 미설정 제품의 권장규격 운용방안 등에 대해 홍보를 할 수 있었고, 2007년부터 시행예정인 식품 중 트랜스지방의 표시제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여론을 수렴할 수 있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열린포럼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 이건호 팀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더 욕심을 내고 있다. 우선 주제 선정이다. 이 팀장은 “괜히 서둘렀다가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위해물질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나중엔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더라도 문제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번째는 논의된 내용을 어떻게 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열린포럼이 횟수를 더해갈수록 발표내용이 점점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 팀장은 “위해관리팀이 대국민 홍보책자를 출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섭 기자

 

인터뷰┃이건호 유해물질관리단 위해관리팀장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많이 싸웠더니 정책 부작용 없더라”

 

식품안전 열린포럼은 유해물질관리단 이건호 위해관리팀장의 아이디어였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의료기기과가 의료기기본부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팀장을 맡았습니다. 의료기기는 식품만큼이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분야였는데 가서보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면 쉽게 이해될 문제도 팩스와 전화로 처리하다보니 오해가 쌓이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결국 만나서 대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이 팀장은 정책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기 시작했다. 또 의료기기법과 관련한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업계와 학계·전문기자·시민단체 등이 모인 태스크포스팀 의료기기법연구회를 조직하고 이곳에서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게 했다.
“물론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큰소리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싸워서 그랬는지 막상 시행령이 실시됐을 때는 문제가 없더군요.”

식품은 의료기기 이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분야였다. 이 팀장은 이곳에서도 문제는 역시 소통 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마주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포럼’을 제안했다.
“물론 전 아이디어만 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팀원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단순히 포럼이 아니라 열린포럼이 될 수 있었죠. 또한 관련부서의 적극적인 협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좀더 나은 열린포럼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포럼 참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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