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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경제시장인 유럽연합(EU)이 우리에게 한층 가까워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0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가서명은 협정문을 확정하는 절차로 이후에는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
 

한국과 EU는 2007년 5월 첫 FTA 협상을 한 이후 총 7차례에 걸친 공식 협상을 통해 쟁점을 조율했다. 지난 7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타결을 선언했다.
 

앞으로 협정문 번역작업(한국어 및 EU 측 23개 공식 언어)을 거쳐 내년 1, 2월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와 EU 의회 동의 등을 거쳐 내년 7월 발효를 목표로 후속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와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미국, 인도, EU로 이어지는 세계 주요 경제권과 시장통합을 이루게 돼 명실상부한 FTA의 축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가인지도가 높아지고 국제적인 협상력이 제고되는 등 우리나라의 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EU와의 FTA 체결은 그 자체로도 많은 의미를 갖는다. EU는 국내총생산(GDP)이 18조4천억 달러로 세계 GDP의 30.2퍼센트를 차지하는 곳이다. 미국 14조3천억 달러, 일본 4조9천억 달러보다 큰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경제권이다. 따라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규모를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며, 기업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성장동력이 다소 위축돼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선진경제국에서 신흥경제국까지 다양한 시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에까지 다양한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최근 EU에 가입한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신흥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EU FTA가 이뤄지면 관세가 철폐 또는 인하되어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난다. 따라서 자본 축적과 생산성이 증대돼 일자리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EU의 선진경제 시스템이 들어오게 돼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이 선진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EU와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된다. 따라서 EU와 아시아 국가들 간 상품 및 자본 교류를 위한 관문 구실을 함으로써 국제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기대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시장에서 EU와 경쟁관계인 미국을 자극해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소비자 처지에서도 EU와 FTA가 이뤄지면 관세 철폐(또는 인하)에 따라 EU산 생필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고 다양한 상품이 수입돼 선택권이 넓어진다. 이를 통해 국민생활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 또한 금융·법률·회계 시장 등의 개방으로 더 낮은 가격으로 고품질의 전문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산업별로 한·EU FTA 영향을 살펴보면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 부문 등의 EU 측 시장 규모가 미국을 상회하고 관세율도 미국보다 높아 한미 FTA보다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업은 지적재산권, 통신, 금융, 환경서비스업 분야 등에서의 개방을 통해 좀 더 자유로운 시장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선진 경영기법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서비스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의 경우 EU의 농업 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달리 돼지고기, 낙농품, 닭고기 등 축산 분야에 제한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농업의 민감성을 반영해 협상과정에서 예외조항을 최대한 확보했다. 삼겹살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철폐 유예 기간을 10년으로 확보했다. 쌀과 쌀 관련 제품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추, 마늘, 양파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는가 하면,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 조항을 둬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수산업은 골뱅이, 볼락, 멸치 등 국내 일반 해면어업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지만 대신 황다랑어, 오징어 등의 수출은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부는 한·EU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한미 FTA를 계기로 2007년 11월 FTA 전반에 대한 종합지원대책을 수립하고 세부이행과제 총 2백24개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 중이다. 농수산 분야는 10년간(2008~2017년) 21조1천억을 투자해 직접적 피해보전(1조3천억) 및 경쟁력 강화(19조8천억), 소득기반 확충을 지원하기로 돼 있다. 이는 11개 연구기관이 추정한 농수산업 분야의 발효 후 15년간 예상 생산액 감소분의 2배 수준이다.
 

따라서 직접적 피해지원은 이미 마련된 제도적 틀에 따라 피해보전 직불금과 폐업지원금을 지급하고,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한 융자 및 컨설팅 지원(제조, 서비스업) 등을 통해 산업별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의 제도적 틀에서 충분한 지원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추가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해 공개된 협정문을 바탕으로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및 개별 산업에 미칠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분석을 위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FTA 국내대책위원회와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거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제계, 지역단체, 이해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교육, 대국민 정보제공 노력을 전개하기로 했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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