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명동역·동대문운동장역 정신건강 진단 키오스크 설치




 

서울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과 명동역에는 색다른 기계가 있다. 서울시 중구 정신보건센터가 설치한 정신건강 진단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장비)다. 2개의 스크린 가운데 위쪽으로는 정신건강에 관한 영상자료를 볼 수 있고, 아래쪽에서는 터치스크린으로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는 데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0월 6일 지하철 2호선, 4호선, 5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운동장역 키오스크 앞. 키오스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거절한 한 여성은 “대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정신과에 가기를 꺼리지 않느냐”며 “혼자서 진단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은 “재미있는 기계가 있다고 해서 왔다”며 친구와 함께 검사를 하기도 했다.

 


 

기자도 직접 검사를 해봤다. 키오스크 검사는 영·유아(0~6세), 아동·청소년(7~18세), 성인(19~60세), 노인(61세 이상)의 생애주기별로 구성돼 있다. 성인을 선택하자 우울,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검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우울증 검사를 선택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괴롭고 귀찮게 느껴졌다’ ‘먹고 싶지 않고 식욕이 없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등의 문항에 지난 한 주 동안의 경험 빈도를 체크하게 돼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0점. 가끔 그렇다 1점, 자주 그렇다 2점, 항상 그렇다 3점으로, 선택한 항목의 점수가 합산돼 ‘정상군’과 ‘위험군’을 알려준다. 기자는 다행히 정상군으로 나왔다.
 

영·유아 검사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가 자녀의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24~36개월과 36개월~ 4세로 나눠 해당 연령대의 최소 사용 언어를 선별해 80퍼센트 이상 사용하지 못하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아동·청소년을 선택하면 인터넷 중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 불안 등 네 가지 증상을 검사할 수 있다. 또 61세 이상은 ‘어르신’ 버튼을 눌러 우울, 자살사고, 기억력(치매)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문항은 서서 검사해야 하는 점과 사용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 20개가 넘지 않는다.
 

검사 결과 위험군이면 화면에 연락처를 남기는 난이 뜬다. 연락처를 남기면 검사 결과에 따라 상담, 건강관리 등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연락처를 남기기 싫다면 마지막 화면에 나오는 중구 정신보건센터 전화번호와 약도를 확인한 뒤 개별적으로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 된다. 중구민이 아닌 경우에는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신보건센터로 연결해준다.
 

일반적으로 정신장애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로 보며, 이 중 1퍼센트는 집중관리 대상이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있어도 병원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시와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가 올해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이 17.5퍼센트이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1.6퍼센트로 나타났다. 우울증도 어느 정도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19.2퍼센트에,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4퍼센트나 됐다.







 


 

반면 응답자의 90퍼센트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도 실제로 상담이나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중 68.9퍼센트는 주변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 우울증 성향자 중 주변의 상담이나 도움을 받아본 사람도 전체의 31.5퍼센트에 그쳤다.
 

중구 정신보건센터 김현정 팀장은 “사회적 편견 탓에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드물지만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며 “손쉽게 정신건강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키오스크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키오스크에 대한 반응은 괜찮다. 9월 14일 설치한 뒤 28일까지 2주간 명동역에서 1백16명, 동대문운동장역에서 90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주기별로 이용현황을 보면 성인이 가장 많고, 아동·청소년, 영·유아, 노인 순이었다. 또 문제 종류별로는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고 자살, 우울, 알코올 중독 순으로 나타났다. 중구 정신보건센터 측은 “예산 문제로 두 군데 지하철역에만 설치했지만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3대를 더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오스크를 통한 정신건강 진단은 2, 3분이면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만 결과는 매우 정확하다. 키오스크에 사용된 설문지는 정신건강 진단에 널리 쓰이고 있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김 팀장은 “정신건강 진단 키오스크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며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개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키오스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월 6일 서울 중구 보건소 강당에서 열린 키오스크 설명회에는 경남, 인천, 성남, 대구, 충북 등 전국에서 온 60여 명의 지역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중구 정신보건센터 측은 “설문지를 프로그래밍하고 키오스크를 제작 설치하는 데 1천5백만원이 들었다”며 “국민 정신보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생각에서 프로그램과 키오스크 정보를 다른 지역 정신보건센터와 무료로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무 스트레스, 취업 걱정, 돈 문제, 인간관계 갈등 등 현대인들은 대부분 긴장과 고민 속에서 살아간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 바쁘다고 무시하지 말고 마음을 돌보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길에 잠깐 시간을 내어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해도 된다. 중구 정신보건센터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가진단은 물론 더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이혜련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서울 중구 정신보건센터 Tel 02-2236-6606~8 junggumind.or.kr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