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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주요 의혹사건 조사 보고서 들여다보니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제목의 총 6권으로 구성된 보고서는 그동안 의문에 쌓여 있던 사건들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는 평가다. 1권은 총론, 2~3권은 부일장학회 헌납·경향신문 매각사건, 인민혁명당·민청학련사건, 동백림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KAL858기 폭파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남한 조선노동당 등 7개 주요 의혹사건에 대한 개별 조사결과를 담았다. 또한 4~6권은 정치·사법·언론·노동·학원·간첩 분야로 나뉘어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통제·개입·사찰해온 행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싣고 있다. 특히 김대중 납치사건과 KAL858기 폭파사건의 진상을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자들 보호”
이 가운데 지난 1973년 8월에 발생했던 ‘김대중 납치사건’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최소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실위가 밝혔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에 의해 해외파트 주도로 주일 파견관들을 동원해 실행한 사실과 납치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진 위해 행위, 사건 발생 뒤 중앙정보부의 진상은폐 행위 등도 조사과정에서 명백히 확인됐다.

진실위는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최고위 지시자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밝혀줄 문서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락 부장이 이철희의 반대에 부딪치자 “나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라고 역정을 냈다는 사실 △김00 공사가 “박 대통령의 결재를 확인하기 전에는 공작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곧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정황 △박 대통령이 사건 발생 후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했으며, 진상규명을 하기보다는 김종필 총리를 일본에 파견해 외교적 마찰을 수습토록 한 점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전지시 가능성과 최소한의 묵시적 승인을 암시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중정과 주일파견관 간 송수신 전문내용을 통해 구체적인 납치계획을 담은 ‘KT공작계획서’가 1973년 7월 19일 작성·보고된 사실과 납치 실행 과정을 명확히 밝혀냄으로써 중앙정보부가 사건의 실행을 주도했음을 밝혀냈다.

진실위는 “박 대통령의 사전지시나 사전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중정이 납치를 실행하고 또한 사후 은폐까지 기도한 사실에 비추어 통치권자로서 정치·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우선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과정에서 당한 생명의 위협과 고통, 이후 진상 은폐로 인해 겪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KAL기 폭파, 안기부 조작 아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한편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실체가 북한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며, 그동안 제기됐던 안기부의 ‘기획조작’과 ‘사전인지’ 의혹 등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는 점으로 보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실위는 “당시 안기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국가안보에 지대한 위협이 되는 사건이었음에도 김현희 진술에만 의존한 채 검증 없이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수사 결과에 일부 오류가 발생했고, 이것이 불필요한 의혹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진실위는 “당시 정부와 안기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을 여당 후보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선거 전에 김현희를 압송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내무부 등 10개 기관이 합동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진실위는 “이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하는 한편, 관계 기관에서도 법적 공방 중단과 사건 관련 기록의 조속한 공개 등을 통해 대립과 갈등이 종식되어 진정한 국민화합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의 길 열려
이번 진실위 발표는 당자사들의 의문을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피해자들에게 미흡하나마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의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지난 2005년 12월 진실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의적 요구로 수사방향이 미리 결정됐고 사건의 실체가 과장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은 올해 1월 사형이 집행됐던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8월에는 희생자들의 유족에게 국가가 각각 27억~33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동백림 사건의 경우도 진실위가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 과장했다”고 결론내린 것을 계기로 피해자 중 한 명인 재독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가 지난 9월 40년 만에 입국하기도 했다.

진실위는 “7대 우선조사대상은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사건으로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한국 현대사가 뒤바뀌는 것은 물론 사건과 관련된 관련인사들의 신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위원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게 과거활동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충성심 하나로 대공수사에 평생을 바쳐왔던 수사관들의 좌절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는 아쉬움 속에서도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8월 245억 원의 국가배상 판결에 따라 32년 만에 ‘사법살인’이라는 진실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던 민청학련·인혁당 진상규명위원회 정화영 위원장은 “옛 중앙정보부에서 조작했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밝혀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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