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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공공건물이 너무 성냥갑처럼 똑같은 모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외국 건물들의 디자인이 내심 부러웠습니다. 지난 1월 5일 이곳에 부임했는데, 창이 크고 많아서 채광도 잘되고 외부상황도 잘 파악돼 좋습니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중부소방서 을지로 119안전센터에서 만난 신봉섭 센터장의 말이다. 소방사 문상현씨도 “디자인적으로만 멋진 것이 아니라 대기실, 휴게실, 회의실 등이 편안하고 출동을 하기에도 효율적인 동선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건축가 류재은씨의 설계로 2009년 완공돼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과 서울시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이는 기존 공공건축물의 권위적 형태에서 벗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어우러지는 미관을 갖춘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건축됐기 때문이다.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시민들에게 친근한 소방서의 이미지가 강조됐고, 주요시설을 경사진 잔디밭으로 덮어 열손실을 최소화했으며, 반투명 셔터·대형 유리창 등을 설치해 전력소비가 최소화되도록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류씨는 파이 조각처럼 생긴 지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아름다움을 불어넣기 위해 3개의 상자형 공간을 만들고 용도에 따라 각각 소방차 주차장, 상황실, 소방관이 머무는 대기실로 나눴다.

그는 개성 있는 디자인 못지않게 기능적인 소방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소방차의 출동을 지켜보는 상황실을 통유리창으로 만들어 외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또 소방관이 대기하는 구급대기실엔 디자인플라자 쪽으로 향하는 돌출 창을 둬 외부 전경을 바라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면적 9백7.9제곱미터(2백74.6평).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지금까지 건축상을 받은 공공건축물 중 가장 작지만 지방 소방서 관계자는 물론이고 건축을 전공하는 외국 학생들까지 견학을 오는 명소가 됐다.

글·서일호 기자


“매일 화재와 싸우며 생명을 거는 소방관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건물 하면 떠오르는 권위적인 양식을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을지로 119안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류재은(58·시건축 대표)씨는 “긴급사태가 생기면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바로 출동하는 소방차의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박스 위에 큰 박스를 올려 옆에서 보면 건물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류씨는 2007년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탄 서울 논현동의 상업건물 ‘세븐 헤븐’을 지은 건축가다. 지금까지 2백여 개의 건물을 설계했다. 류씨는 서울대 건축과(73학번)를 졸업했고,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워싱턴 등에서 7년간 일하다가 1989년 귀국했다.

을지로 119안전센터의 공사비는 3.3제곱미터당 5백만원. 서울시에 있는 다른 소방서의 공사 예산과 같다. 그는 “디자인을 잘하면 예산이 더 든다는 건 오해”라고 밝혔다.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서울시가 발주한 공공건물이다. 류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公共)·사회라는 건축주를 상상해 건물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로서 더 사명감을 갖게 한다”면서 “세금으로 짓는 공공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이라고 본다. 불 잘 끄고, 일 잘할 수 있게 짓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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